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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가람 Feb 17. 2016

엄마는 왜 그렇게 잠을 잘 자

삶의 파편들

*브런치 X 빅이슈 매거진 참여를 위해  재업로드하는 글입니다.







늘 잠들기 전 침대에 누우면

수많은 생각에 푹 잠긴다.

그럴 땐 내가 꼭 물병 같다.

하루가 거칠게  흔들어놓은

그래서 가만히 누워있으면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조용히 침전한다.

그런 감정들을 조용히 느끼고.. 느끼고

점점 이상한 상상이나 생각들로 머릿속이 번져나가다 보면

나는 잠들어 있고 꿈을 꾸고 눈을 뜬다.


반면에 엄마는  

잠자리에 눕기만 하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빠 대신 가족의 벌이를 책임지며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선 씻고 아빠가 해둔 집안일의 빈틈을 채워두고

말 몇 마디 하다 보면 어느새 깊게 잠들어 버리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볼 때마다 나는 " 엄마는 왜 그렇게 잠을 잘 자, 진짜 잘 자네."

라고 무심하게 말하고 뭔가 마음이 따끔함을 느끼며 내 방으로 슥 가버린다.


최근에 아버지 수술과 치료를 위해 부산에서 온가족이 서울에 올라왔다.


삼성병원과 건대에 있는 우리 집을 오가며 

두 번의 큰 수술과 셀 수없이 많은 검사를 받는 아빠의 옆을

엄마와 같이 지키며 쉴 틈 없이 살다 보니 

정신과 육체의 과도한 피로를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친 몸을 끌고 침대 위에 눕자마자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나를 잠식하는 잠을 느끼며 

무섭게 감기는 눈과 꿈속도 새까맣게 암전 되는 피로를 느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 이래서 너무 잘 잔 거구나.

우리 엄마 우울해하기도, 자기가 힘든지 안 힘든지 생각해볼 틈새도 없이 

산거구나. 그렇게 매일 잠든 거구나.

우리 엄마 너무 잘 자는 그 표정, 그 평온한 표정 참 슬픈 표정이었구나.


아빠 다 회복하고 부산으로 내려가면

새벽까지 이야기하고 텔레비전 보며 

왜 이렇게 잠이 안 오나 서로 뒤척이며 

그러다 잠들자, 꿈도 좋은 색으로 꾸고

너무 빨리 잠들지 말고.


엄마는 왜 그렇게 잠을 잘 자..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은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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