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은 판매(selling)에 있다
이 시대에 수많은 창업가들이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로 대표되고 자영업, 사업, 창업, 소상공인 등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시작한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창업가들은 각각의 영역에서 창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1) 우선 아이디어 혹은 아이템이 도출되어야 하고
2)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나름의 제품성과 시장성에 대한 가설을 세우게 된다.
3) 이후 가설 검증을 위해 *제품을 '만들고'
4) 만든 제품을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5) 마지막으로 이 과정을 시스템화하고 다른 사업 영역 혹은 더 큰 사업 영역으로 확장해나간다.
5-1) 혹은 실패한다.(마음 아프지만 대부분이 5-1로 수렴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 글에서 '제품'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칭하여 표현하기도 하며 제품의 '판매'는 서비스의 판매 혹은 전달의 의미를 포함한다.)
앞의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2가지 과정을 꼽으라면 대부분은 3) 번과 4) 번을 꼽을 것이다. 1) 번 아이디어 혹은 아이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혁신적인 아이템을 떠올리기란 어려우며 아이템은 진행 과정 속에서 수정되고 보완되는 것이기에 여기서는 잠시 접어두겠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3) 번과 4) 번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오늘은 1) 번을 제쳐두겠다.)
그럼 우리가 겪는 '만들기'와 '판매'의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만들기'의 단계에서 제품의 경우 목적, 기능, 디자인, 가격 등을 고려하여 설계된다. 이후 제품을 생산할 방법을 모색하고 추가 혹은 수정된 사항을 반영하며 제품을 만들어간다. 서비스의 경우도 비슷하다. 목적, 기능, 가격을 고려하여 서비스가 기획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채널(대부분 웹 혹은 앱)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제품에 관하여 부정적인 피드백을 밥먹듯이 듣는 것은 물론 생산비 혹은 인건비에 시달리는 금전적 문제, 예상했던 기한에 한참 뒤처지며 타임라인이 지연되는 문제, 경쟁사가 등장하거나 시장의 흐름이 달라지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버틴다. 제품이 나오기만 하면 무언가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만들기'의 단계를 힘들게 거치고 나서 '판매'의 과정에 오면 어떨까. 대부분의 경우 만들기에 집중하여 판매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채로 이 단계에 진입한다.
우선 지인을 통해 최대한 제품을 전달해본다. 그리고 SNS를 마케팅 채널로 운영하고 광고를 시작해본다. 더 나아가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고려한다. 이후 놀랄 만큼 무심한 소비자 혹은 시장의 반응에 당황한다. 더 최악의 상황은 고객에게 제품을 많이 알리지 못해 시장의 반응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의 경우 여기서 좌절한다. 이미 '만들기'의 단계에서 너무 많은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내가 묘사한 '만들기'와 '판매'의 과정은 매우 편협한 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며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1) 사업의 본질은 제품의 판매(selling)이다
2) '만들기'와 '판매'는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만든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든 제품이라도 사람들에게 판매될 수 없다면 그 사업은 빛을 발할 수 없고 잘못된 방법으로 판매되면 오히려 제품성을 훼손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품이 판매되어야 사업의 영위가 가능하다.
또한 '만들기' 과정에서 '판매'를 생각해야 한다. 판매는 단순한 홍보 혹은 마케팅이 아니다. 무조건 많이 알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좋은 이미지로 비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판매는 사업 방향을 결정하기도 하며 브랜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판매 전략은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누구한테 팔 것인가', '어떻게 팔 것인가', '어떤 브랜딩을 할 것인가'. 이러니 '만들기'와 '판매'는 밀접한 관계를 지니며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창업가들의 사업계획서에서 드러나듯 판매 및 마케팅 전략은 사업계획서 뒷부분의 1장으로 존재하며 그 1장에는 기껏해야 SNS, 인플루언서 마케팅 혹은 마케팅 채널 정도로 간략하게 나와있을 뿐이다.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더 많은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하며 명확한 방법론과 타임라인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들기의 과정에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판매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당황하지 않고(혹은 조금 덜 당황하고) 판매 단계에서 바로 지쳐버리는 불상사에 대비할 수 있다.
'만들기'와 '판매' 중 무엇이 더 중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둘 다 중요함을 인지하는 것, 둘을 함께 생각하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1) 번에서 5) 번 과정에 있는 수많은 창업가들이 부디 '잘 만드는 사업' 보다 ' 잘 파는 사업'을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부터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