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중심(Needs)으로, 빠르게(Lean), 함께(Team).
나는 창업을 하고 있든 하고 있지 않든 간에 계속해서 스타트업의 방법론에 대해 생각한다. 방법론들은 창업과 관련된 글을 읽으며 형성되기도 하고, 다른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듬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나만의 방법론은 조금씩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방법론에 크게 영향을 미친, 혹은 나의 방법론에 가장 부합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이다.
클래스101은 온라인에서 취미 클래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강좌에 필요한 준비물을 제공받고 온라인 영상을 통해 강좌를 수강한다. 2018년 3월에 정식 런칭한 클래스101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올해 4월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11월에는 누적 정산액이 100억 원을 넘겼다고 한다. 성장하는 수많은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가히 두드러지는 수치이다.
클래스101의 성공 요인을 정확히 짚기란 쉽지 않다. 적절한 시점에 성장하는 시장으로 진입한 것, 현대인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은 것 등을 들 수도 있지만 이러한 요인들을 제대로 해낸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혹은 이러한 요인들은 아무나 해낼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클래스101의 성공 요인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들이 어떠한 방법론으로 사업에 접근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클래스101의 성공 요인은 그들이 취한 방법론의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부인이 한 스타트업의 방법론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다소 모순적이다. 하지만 이 글은 클래스101의 방법론이 정말로 그러했는지 맞히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보를 통해 좋은 방법론을 도출해내는데 의미가 있다.)
클래스101이 취한(혹은 취한 것으로 보이는) 방법론은 크게 다음 3가지이다.
1) 시장의 니즈(Needs)에 집중하며
2) 린(Lean)하게
3) 팀(Team) 기반으로
니즈(Needs), 린(Lean), 팀(Team). 이 3가지는 얼핏 보기에 매우 진부한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진부한 키워드를 간과하고 있다. 또한 모두가 아는 키워드일지라도 이것을 해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클래스101은 이 키워드를 아주 스마트하게 해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시장의 니즈(Needs)에 집중하며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니즈가 없어서(No Market Need)라고 한다. 그것은 많은 창업가들이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방법론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 잘못된 방법론은 가장 먼저 추측에서 시작한다.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면 사람들은 돈을 지불할거야.' 등.
이러한 추측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것은 맞지만 이러한 추측은 말 그대로 추측에 불과하다. 나의 생각(혹은 나의 주변 생각들)은 시장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추측에서 시작한 니즈를 검증하는 작업이 본격적인 사업의 출발점이 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간과하는 이 과정(진짜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을 클래스101은 아주 성공적으로 해냈다. 내부적으로 추려진 몇가지 아이디어들 중 현재의 서비스를 도출하는 과정, 도출된 서비스를 시장에 검증하는 과정, 검증된 서비스의 수익화를 실현해내는 과정에서 그들이 가장 집중한 것은 시장의 니즈(고객들이 원하는 것인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였다.
- 서비스를 도출하는 과정
- 서비스를 시장에 검증하는 과정
- 수익화를 실현하는 과정
2) 린(Lean)하게
앞서 말한 것처럼 시장의 니즈를 검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생각이 든다.
'어떻게 시장의 니즈를 검증하는 걸까?'
스타트업에게 이 질문의 대답은 매우 명료하다. 린(Lean)하게.
스타트업은 제한된 재화와 시간 속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업성(시장의 니즈)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Input을 투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클래스101은 그러한 측면에서 린 스타트업을 몸소 실현해 보였다. 추려진 서비스의 니즈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행동하기 보다는 각각의 아이템의 수요를 간단한 랜딩 페이지를 만들며 확인했다. 또한 1차적인 니즈를 확인한 서비스를 1달 만에 베타 앱으로 출시하여 본격적인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수익화 실현을 검증하는 단계에서는 텀블벅 펀딩을 통해서 사람들의 지불 의사를 확인했다.
- 서비스를 도출하는 과정 -> 랜딩 페이지 활용
- 서비스를 시장에 검증하는 과정 -> 베타 앱 출시
- 수익화를 실현하는 과정 -> 텀블벅 펀딩
지금도 클래스101은 린하게 움직이고 있다. 클래스를 개설하는 과정에서도 '날 것'을 내놓고 시장의 반응으로 다듬어지는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다.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지속하는 과정 모두에서 이것이 적용되고 있다.
많은 것들이 결과론적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베타 앱 출시 이후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을 때 클래스101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예측할 수 없고, 단순히 모든 과정이 긍정적인 결과였기 때문으로 보면서 말이다. 또한 그들의 행보가 정말로 린(Lean)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랜딩페이지, 베타 앱, 텀블벅이 시각에 따라 린(Lean)하지 않은 행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클래스101의 방법론은 매우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취한 행보는 어느 정도 레벨의 스타트업이라면 구현이 가능한 정도로 판단된다.
3) 팀(Team) 기반으로
모두가 클래스101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우리가 듣는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는 대부분 1~2년만에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다. 클래스101 또한 마찬가지이다. 클래스101은 2015년 '페달링'을 창업한 팀이 여러 차례의 도전과 실패 끝에 마주한 결과물이다.
팀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스타트업의 빠른 실행을 위해서는 팀이 필요하다.(혼자서 모든 역할을 맡게 되면 현실적으로 속도의 제약이 생긴다) 또한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실패를 경험으로 바꿀 팀 기반이 필수적이다. 스타트업은 웬만해서는 한 번에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몇번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한데 각각의 경험으로 뭉친 스타트업과 하나의 경험을 공유한 스타트업은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가 다르다. 현재의 서비스가 실패해도 다음 서비스를 함께 할 팀이 있다면 더욱 굳건히 나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실패를 과정으로 여길 수 있다.
클래스101의 고지연 대표님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클래스101의 성공은 현재의 시대 흐름(행복을 중시하는 욜로(YOLO), 소확행, 워라밸 중시 풍조 등)이나 52시간 근무제가 주효했다고 하며 "바람이 불 때 때마침 돛을 올린 게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크게 공감하는 말이다. 적절한 시점에 뛰어들었다는 행운이 크게 작용하였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말을 잘못 이해해서는 안된다. 클래스101이 행운을 얻은 것은 맞지만, 모두가 그 행운을 쟁취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팀과 함께 행운을 기다린 클래스101이었기 때문에 쟁취할 수 있는 행운이었던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면 탄탄하지 못한 회사가 될 수 있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장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그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이러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측면으로 볼 때 시장 중심(Needs)으로, 빠르게(Lean), 함께(Team) 움직이는 스타트업의 방법론은 가히 정석이라고 보여진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말이다.
(언젠가는 이러한 방법론도 변화할 것이다.)
클래스101이 지금과 같은 행보(스타트업의 정석)를 이어나가길 기대하며
앞으로 내가 그 방법론을 정석대로 실현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