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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Dec 16. 2021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마법의 레고 조각


이 말이 없었더라면, 그 백일을 어떻게 지났을까 싶다. 머리를 땅 속으로 쳐박고 싶은 고통(진짜 고통이다. 그냥 고통이다. 내 말은 진짜 고통이란 말이다!)의 백일이 지나고서도 하루에도 수십번 되뇌이는 말. “너를 사랑해~” 라면 좋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체 없는 음정에 알 수 없는 리듬을 넣어 주문처럼 외고 있는 나를 보면 마치 해탈의 경지만 바라보며 주구장창 불경을 읊어대는 엉덩이 무거운 보살같다. 사실 해탈은 그렇게 목 빼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멀어진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안타까운 보살.


이러나 저러나 오지 않을 해탈보다 지금 당장 내 머리 땅에 박지 않는 것이 중요한 나는 어찌됐든 저 말을 귀한 주문 삼아 친한 벗 삼아 꼭 붙잡고 지낸다.






오늘 새벽 애가 또 찡! 울어서 깼다. 슬슬 달래서 기저귀 갈고 밥 주기 전에 화장실을 갔다. 찡쨍찡 우는 애를 붙잡고 젖을 물렸는데 남편이 그랬다. “니가 화장실을 가니까 화장실 쪽을 계속 보면서 울더라” .


기분이 묘했다. 애가 처음으로 내 목덜미를 꼭 잡고 안길 때랑 비슷했다. 남편한테 안겨 통곡을 하다가 나한테 와서 울음이 쉬이 사그라든 그제 저녁과도 비슷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내가 뭐길래?’ 쯤 되겠다.


어떤 생명체가 온전히, 그러니까 정말로 백퍼센트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기분. 그걸 넘어서 이 아이는 나를 마냥 좋아한다. 내 코가 못나도, 내 목소리가 갈라져도, 내 성격이 지랄맞아도, 그 딴거 다 상관없고 그냥 내가 좋단다. 내 평생 이토록 쏟아지는 애정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자칫하면 나도 어디선가 얻은 결핍을 이 아이에게서 채우려고 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떠오른 한마디,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다. 아이의 찡! 하는 울음소리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나를 찾는 눈빛, 나를 향한 몸짓, 나를 부르는 목소리 또한 지나갈 것이다. 나를 찾지 않고 혼자서 한 시간만 놀았으면 좋겠는게 지금 내 심정이지만 그 때가 오면 또 찾지 않는다고 섭섭해 할 나도 보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진리다. 어디에 끼워맞춰도 들어맞는 마법의 레고 조각같다. 머리를 쥐어짜는 고통에도 그렇고 온몸으로 느껴지는 과분한 사랑에도 그렇다.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고 또 다른 것이 올지니 매 순간을 흠뻑 즐기는 수밖에. 나는 이렇게 오늘도 멘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였다.


땡쓰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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