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당신과 함께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 2
그저께 푸시킨 미술관을 가는 길에 본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이 내부가 그렇게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만난 가이드도 시간이 되면 이 성당 안을 꼭 들어가보라고 말했었다. 그녀는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러시아정교 성당이라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구세주 성당 내부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성당 안은 듣던 대로 정말 아름다웠다. 내부를 다 본 후에는 전망대 위로 올라가는 티켓을 끊었다. 성당 위에는 전망대가 있었는데, 이 성당을 기준으로 360도 각도의 풍경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의 수도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성당 위에 올라와 모스크바 시내를 사방으로 내려다보며 우리는 이야기했다.
“오빠,”
“응?”
“내가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꿈 같아.”
“나도 그래. 매일매일이 그냥 너랑 데이트 하러 나온 것 같은 느낌이야!”
“맞아! 그리고 나는 뭔가, 아주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것, 내가 꿈꿨던 바로 그 순간의 중간에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우리가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는 걸 구체화하기 시작한 게 2015년 말 쯤이잖아,”
“2015년? 에이, 말도 안돼.”
“2015년이지! 우리가 같이 은행에 적금 들러 갔던 때가 2016년 1월인데?”
“와... 그게 벌써 그렇게 됐구나.”
“암튼 그래서 2015년 말부터 꿈꿔온 거, 막연하게, 세계여행 해야지! 긴 여행을 해봐야지! 했던 거를 실제로 하게 됐다는 게 너무 신기해. 그냥 시간만 흘렀을 뿐인데 지금 내가 여기 있네. 그 시간이 흘러오는 동안 이 여행하겠다고 분명히 이래저래 분주하고 바빴었는데 그런 건 기억이 하나도 안나고, 오랫동안 꿈꿔온 것이 갑자기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이야. 유럽 배낭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했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바라왔던 것, 그 꿈 안에 지금 내가 있는 거잖아.”
“그러게... 나도 진짜 안 믿긴다. 아마 2년 다 지나서 이 여행이 끝나도 안 믿길 걸?”
“그럴 거 같아 진짜. 여행 다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살다보면 우리가 진짜 세계여행을 갔다왔다고? 할 거 같아. 사진들 보면서 우리가 진짜 이 모든 나라들을 가본 거야? 이럴걸? 꿈꾼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
티 없이 맑은 하늘보다 더 예쁜, 하얀 구름이 떠다니던 하늘이었다. 나는 몸에 날씨 감지기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흐린 날은 하루 종일 몸의 모든 근육들이 반쯤 자고 있는 느낌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고 기분도 우울한 반면에 오늘 같이 날씨 예쁜 날은 마치 소량의 마약 비슷한 것이 주입된 듯이 세상이 다 내 거 같고 행복하고 그렇다.
오늘의 나는 그랬다. 나는 오늘 모스크바에 있었다.
2018.05.
러시아 모스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