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06 | feat.코로나19
우린 종종, 이 넓은 세상에서 우리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할 수 있기까지 겹쳐져 온 모든 사건들을 생각한다. 단 하나라도 틀어졌으면 아예 만나지도 못했을 텐데,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세계여행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마치 아주 오래 전 부터 우리가 만나 사랑할 수 있도록 무척이나 긴밀하게 짜여있었던 것만 같은 우리 인생의 지나온 길들을 생각하며 소름 돋게 놀라곤 한다.
모든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다. 때문에 인간은 너무도 쉽게 ‘세상은 내가 마음 먹은 대로 된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인간이 자유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마음 먹기’ 까지일 뿐, 마음 먹은 바가 무사히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 나의 역할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집에서 학교 가는 길’만 생각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몇 시에 집에서 나가 무엇을 타고 몇 시 까지 학교에 가야지’까지는 의지의 일이지만 내가 탄 버스가 안전하게 사고 없이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가는 동안 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역주행하는 차나 아님 눈 똑바로 안 떠서 갑자기 와서 박는 차 없도록 주변 모든 차량 운전자들의 정신머리를 붙들고 있는 일은 나의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2년 간의 나의 여행은 ‘세계여행 해야지!’ 까지가 딱 나의 몫이었다. 세상 아무리 처음 들어 보는 생소한 동네를 가도 가는 곳마다 우리 두 사람 몸 뉘일 곳이 있었고, 입맛에 맞지 않을지라도 우리 두 사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음식들이 있었고, 숨쉴 공기와 마실 물, 그리고 우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시작할 때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결말이 불현듯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의 여행은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의 창궐로 끝을 맺게 되었다. 계획 없이 찾아온 마지막에 아쉬움이 클 줄만 알았는데, 나에게 찾아온 감정은 감사함이었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무 탈 없이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이 기적과도 같이 느껴졌다.
하늘이 허락하신 우리의 세계여행은 2018년 4월 10일 부터 2020년 3월 19일 까지, 총 710일이었다. 42개국 165개 도시를 여행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 잠언 16:9"
단 한 순간도 바뀐 적 없이 2년 내내 나의 카톡 프로필 문구 자리를 지켜주었던 성경 말씀이다. 세계여행은 끝났지만 나는 앞으로도 나의 어리석은 계획 너머에 있는 더 큰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고 싶다. 하늘이 주는 건 언제나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 보다 위대하기 때문이다.
2020.03.15.
시소유 부부 곧 귀국합니다.
비행기가 취소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