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앤 진저 티

[Day 570]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by 시소유


<레몬 앤 진저 티>가 찻주전자에서 천천히 우러난다. 옥색이 칠해진 머그에 찻주전자를 기울여 차를 따랐다. 차가 조금 식기까지 기다렸다가 컵을 들었다. 손가락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머그 손잡이에 우아하고 느린 모습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고 컵을 입에 가져갔다. 입술을 갖다 대고 컵을 살짝 기울였다. 입 안에는 약간은 밍밍한듯한 레몬향과 미미한 알싸함이 맴돌았다. 나는 그것들을 삼켰다. 다시 컵을 조심스럽고 천천한 모습으로 컵받침 위에 올려놓았다. 컵과 컵 받침이 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옥색의 컵 가장자리에는 초승달 모양의 핑크색 입술자국이 생겼다. 딱 그만큼의 색깔이 내 입술에서는 희미해졌다. 처음엔 너무 뜨거웠는데 마지막 모금을 마실 때쯤에는 그의 차가움에 깜짝 놀라고 만다. 나는 어서 다시 찻주전자를 기울여 찻잔을 덥혔다.



2019.10.31.

세계여행 Day 570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Sign of the TAKAHE cafe 에서

레몬 앤 진저 티를 마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