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68] 뉴질랜드 더니든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이라는 도시에 와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차를 몰고 비를 피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그냥 카페나 하나 찾아서 들어가서 죽치고 있자고 마음 먹었다.
지난 밤에는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나는 아주 찝찝한 음지에서의 꿈을 꾸었다. 나는 아마 숙소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가정집의 한 방이었는데, 집안 곳곳의 벽에는 피흘리며 온 몸이 흘러내리는 사람의 그림, 눈알이 없는 모자상 그림, 해골, 칼, 빨간 십자가 등 아주 어두운 분위기의 그림들이 뒤덮여 있었다. 통로에는 유화의 기름 물감 냄새가 진동하고, 채색을 마친 스무 여개의 캔버스들이 벽에 기대어져있는 것을 보면 집안 식구 중 누군가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 것 같았다. 부엌을 들어가는 문에는 한쪽 면 가득 일본 여자의 얼굴이 그려진 잡지들이 오려붙여져 있었다. 에어비앤비 플랫폼을 통해 결제한 50불로써 얻어진 우리의 방은 온 벽면이 우주 사진들로 가득했다. 남색 바탕에 별인지 운하인지 행성인지 하는 것들이 그려진 8절지 정도의 포스터들이 온 벽을 덮고 있었다. 침대 시트도 우주였다. 혹시 어떤 주술적인 종교를 갖고있는 가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집 안에는 특이한 물건들이 많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놋그릇 안에 물이 떠져 있고 그 밑에는 촛대가 놓여 있는,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감이 오지 않는 그런 것도 있었다.
엄마와 네 명의 자녀가 함께 사는 집이었는데, 식구들도 어딘가 독특했다. 그들은 친절했지만 차가웠다.
2019.10.29.
세계여행 Day 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