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6일의 찬유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남들 보다 조금 더 잘 하는 것도 있지만 남들 보다 못하는 것은 좀 더 많은,
잡다한 것에 재주가 많지만 최고가 되어보지는 못한,
나를 좋아해주는 몇몇의 좋은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지만 좀 촌스럽고 고지식해서 항상 또래 집단에서 변두리에 있었던,
사랑한 사람들에게 상처 준 몇 개의 말들을 가슴 속에 얹고 살아가는,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너를 보고있으면,
내 품에서 새근새근 숨 쉬고 웃으며 살아가는 너를 보고있으면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된다.
세상의 빛을 다 가진 듯 반짝이는 너의 엄마라면
눈빛이 그토록 맑고 깊은 네가 나의 아들이라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지 않을까.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너를 가장 많이 안을 수 있고 너와 가장 많이 살 부빌 수 있는 사람, 널 배불리 먹일 수 있고 네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만으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지 않을까.
온 지구를 돌아다니며 본 그 어떤 것보다도,
감히 견줄 수도 없이 아름다운 네가 내 아들이니까.
뭐 하나 빼어나게 잘난 것 없이 살아온 나지만
네가 내 아들이니까
2021.02.20.
찬유 생후 8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