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03일의 찬유
오늘 드디어 너의 젖병들을 버렸다. 네가 젖병을 뗀지 4개월만의 일이다.
나는 아직도 네가 젖병을 뗄 만큼 컸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든 가보다. 젖병건조대에 가지런히 건조되어있던 젖병들을 분리수거 가방에 담고, 꼭지들을 쓰레기봉투에 담고는 자꾸 눈물이 나서 다 제쳐두고 식탁에 앉았다.
젖병 씻는 게 참 싫었는데... 언제 그 시간이 다 지나가버린 거지. 우리 찬유는 젖병을 떼는 순간 까지도 꼭 내가 잡아줘야만 먹었다. 스스로 잡고 먹은 적이 없어서 분유를 먹일 땐 항상 우리 아들의 얼굴 구석구석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이가 크는 게 아쉽다. 너무 아쉽다... 얼른 커야 나도 일도 하고 돈도 벌지, 싶다가도 이 아장아장 아기 시절이 너무 귀하고 예뻐서 평생 내 곁에 두고 싶다.
너의 어린 시절을 더 더 열심히 마음 속에 담으며 살아야지.
더 더 후회 없이 사랑해줘야지...
나의 온 청춘을 담아 이 순간을 끌어안아야겠다.
2022.04.13
찬유 생후 5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