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소유 Oct 03. 2022

나는 점점 슈퍼맨이 되어간다

생후 676일의 찬유, 생후 53일의 진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두 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나는 점점 슈퍼맨이 된다.


비록 하루에 한 끼 겨우, 그것마저도 허겁지겁 먹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적게 먹기에 속이 부대끼지 않고 몸이 가벼워 좋다. (살은 왜 안 빠지는지...)


비록 밤잠을 서너번씩 깨고, 지속수면시간이 4시간을 못 넘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그래서 좀 더 일찍 자려 노력하게 되어 좋다. 그렇게 적게 자고도 하루 내내 젖병 씻고 삶기, 빨래 2-3번 돌리기, 건조기 돌리고 빨래 개기, 설거지 하기, 아이 장난감 정리하기, 청소기 돌리기, 아이 둘 동시에 돌보기, 등을 한 번에 해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잠이 부족해 머리가 아픈 날이면 타이레놀 한 알 먹고 하면 된다.


비록 우리 찬유에게 어쩔 수 없이 영상매체를 보여주는 시간이 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는 더 최선을 다해 놀아주게 되어 좋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양보다는 질이라 배웠기에 '퀄리티 타임'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내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영상은 어차피 어느 정도는 보여줘야 하기에 죽을상으로 틀어주기보다 '같이 재밌는 거 보자!'는 마음으로 틀어서 같이 노래부르고 같이 즐기며 같이 보기로 했다. 아이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기로 했다.


초저녁만 되면 찾아오는 극심한 배앓이에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세 시간을 울어대는 생후 50일 된 우리 진유. 안아서 상하로 움직여주면 가장 잘 그친다. 오래도록 지속되는 울음 달래기에 온몸이 지칠 때면 나는 7키로 짜리(아이 무게) 중량 스쿼트를 실시한다. 사이드 스쿼트를 살살 치면 아이가 바운서인줄 알고 잠이 들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몸은 버티는 법을 알아간다. 그저 버틸 뿐 아니라 즐기며 그 순간을 지나가는 법 까지 알아간다. 해탈, 그 너머의 지경이다. 다 내려놓고 힘을 쫙 빼면 가장 굳건히 설 수 있다.


남편은 아침 6시반에 집을 나서 저녁 7시반이 되어야 집에 들어온다. 그 외의 모든 시간 동안에는 오로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아이 둘을 돌보고 있다. 찬유가 낮에는 어린이집을 가니 그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6~7시간 정도를 나, 찬유, 진유, 이렇게 셋이서 존재한다.


친정엄마도, 시어머니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 주말에도, 아주 잠시라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상황에서 시터도 정말이지 너무 안 구해진다. 앱이란 앱은 다 깔고 신청서를 넣어봐도 다 안 된다. 그냥 이젠 내 팔잔갑다, 한다.


산후도우미 4주가 끝나고 나면 나 혼자서 너무 힘들 것 같았는데 오히려 도와주는 사람 없이 '다 내 일이다!!!' 생각하고 나니 더 힘내서 더 잘 해내고 있는 나라는 인간을 보며 효능감이 샘솟는다.


태어나 한 번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었다. 체력의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무언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약한 바람 한 번에도 맥없이 흔들려왔다. 누가 뭐라 해도 나 자신을 믿어줄 만한 그만큼의 신뢰를 나에게 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십 대의 끝자락, 나는 이제 믿을 만한 사람이 되어간다.  자신에게.

조금  유능한 사람이  채로 이십 대를 졸업하게 되어 다행이다!


아- 정말 알기를 잘 한 세상이다. 엄마의 세상.


아들 먹으라고 사둔 요구르트 유통기한이 또 임박한 것을 보며 시간이 가는 것을 느낀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 만큼 아이들도 커가겠지.




2022.10.03

매거진의 이전글 젖병을 버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