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나’로 존재했던 때가 있었다.
가장 전도유망한 무엇이었으며 촉망받는 무엇이었다.
당당하며 동시에 수줍은 어떤 얼굴을 갖고 있고, 돋보이는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
‘나‘의 존재로서 칭찬받고 귀히 여김을 받던 때가 있었다.
엄마로 살며 그런 느낌을 상실한지 오래,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느낌은 처절하게 외롭다.
첫아이를 키울 때, 한창 육아의 삶에 고립되어있던 나에게 친구 하나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하... 나는 집에서 애기만 보느라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산다.”
“이제는 찬유의 세상이 되어주고 있네. 멋져, 예인.”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우리는 세상에서 없어진게 아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 자라는 우주가 된 것이다.
내가 커리어로써 그 무엇이 된들 누군가의 우주가 될 수 있었을까. 누군가의 전부, 생존의 필수 요소, 어떤 인간이 태어나 가장 먼저 사랑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사랑할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당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얼마를 벌든, 혹은 벌고 있지 않든
당신은 엄마가 되기 전 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크다.
십여 년이 지나 더이상 내가 아이의 세상이 아니게 될 때,
아이가 내 품에서 떠나 제 힘으로 세상을 누비게 될 때,
그땐 다시 ‘나’로 돌아올 것이다. 원하지 않아도 그래야 한다.
그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은 나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을 한번 더 들여다보기로 하자.
그 속에서 나는 가장 위대한 최강슈퍼울트라맨임을 잊지 말자.
202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