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행은 특별하게 좋은 뭔가가 있다, 그쟈~?"

[Day 17~20] 대한민국 제주/ 시부모님과의 여행

by 시소유

* 서울 부모님과는 충남 서산, 당진을 여행했고 부산 부모님과는 제주를 여행하였다.



Day 18 (금)


어제 저녁(Day 17, 목)에 제주에 도착해 하룻밤 자고 일어났다.


형님과 만나다


아침에 남편과 김밥을 사 먹고 쇠소깍과 개월오름을 다녀 와서 오후 세 시쯤 형님을 모시러 제주공항으로 갔다. 형님도 마침 오늘과 내일 시간이 되셔서 여행에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내일 저녁에 다시 부산으로 올라가셔야 하는 형님 스케줄 상, 부모님보다 일찍 제주에 내려오셨다.


형님을 만나 공항과 많이 멀지 않은 식당에서 고기국수를 먹었다. 밥을 먹으며 서로의 근황과 여행 계획 등을 나누었다. 다 먹은 뒤에는 드라이브도 할 겸, 바다 구경도 할 겸 제주항으로 향했다. 차 안은 힙합 음악을 좋아하시는 형님 디제이의 선곡으로 스웩swag이 가득했다.


형님은 조심스럽게 최근에 녹음한 곡이라고 하시며 직접 작사하고 녹음하신 랩을 들려주시기도 했다. 엔지니어인 친구분의 도움으로 실제 음원처럼 제작했다고 하는데 들어보니 정말 발표된 음원 같이 느껴졌다. 비트 위에 놓여진 차분하고도 빠른 래핑에서 소울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분명 형님 목소리이면서 형님 목소리 같지 않아 신기한 기분이었다. 랩 하는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셨다. 어릴 때부터 랩 음악을 정말 좋아하셨다고 익히 들어왔는데, 역시 즐기는 사람 못 이기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다니고 계신 지금까지도 취미를 이어오고 발전시켜 오신 것이 참 멋지다.

부모님이 도착하시는 저녁 8시가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제주항 근처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보냈다. 이야기도 나누고, 내일 부모님과 갈 곳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했다.



어머님의 신분증


여섯 시쯤 되었을까, 남편이 아버님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더니 심각한 얼굴이 된다.


"지금 공항 다 도착하셨는데 엄마가 신분증을 안 가져오셨다는데...?"


깜짝 놀랐다. 국내선 비행기를 탈 때에는 꼭 신분증이 있어야하는데 어머님께서 잊어버리신 모양이었다. 비행기 시간은 일곱 시 반이고 탑승은 일곱 시 정도 까지 하면 되어서 아직 시간이 좀 남은 상태였지만 김해 공항에서 집까지 왕복을 할 수는 없는 시간임이 분명했다. 남편은 급하게 다음 비행기가 있는지를 알아보았는데 잔여석이 하나도 없고 현재로써 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비행기가 내일(토) 저녁 비행기였다. 부모님 두 분 다 직장 생활을 하셔서 일요일 오후 1시 비행기로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셔야 하는 상황이라 토요일 저녁 비행기로 오시는 건 곤란했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석 여사가 오고 있다구요? ...지금 퇴근 시간인데 얼른 잘 도착했으면 좋겠다... 잘 받고 비행기 타시면 연락 주세요~"


석 여사님이 신분증을 들고 오시나보다! 석 여사님은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어머님의 친구 분이다. 어머님이 '석 여사'라고 부르셔서 우리 가족 모두도 '석 여사'라고 칭한다. 이야기도 많이 듣고 사진으로도 많이 뵈어서 왠지 친근한 분이다. 마침 석 여사님이 댁에 계셨나보다. 어머님 신분증을 찾아 들고 택시 타고 공항으로 오시는 중이라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석 여사님이 댁에 계시지 않았더라면, 만약 어머님이 신분증을 어디다 두셨는지 기억하지 못해 석 여사님이 계셔도 가져올 수 없는 상황이었더라면, 공항에 도착해 신분증이 없음을 알게된 시간이 이미 너무 임박해서 친구에게 가져다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석 여사님은 무사히 도착했고, 어머님은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하실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가능케 한 이 모든 상황에 감사했다.



부모님께서도 간단히 저녁을 드시고 오신다 하여 우리도 간단히 먹고있기로 했다. 제주 공항 근처의 동문시장의 사랑분식이라는 곳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형님이 소스가 맛있다 하시며 정말 맛있게 드셔서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다 먹고 시장 구경을 하다가 제주에서 유명하다는 오메기떡과 내가 참 좋아하는 찰보리빵이 보여 열 개씩 샀다. 부모님도, 우리도 저녁을 일찍 먹어 밤 늦게 배고파질 것을 고려하여 야식으로 준비했다.



우리 예인이가 고른 거


저녁 여덟 시 반, 무사히 도착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호텔로 이동했다. 부모님께서는 마침 허기가 지셨는지 오메기떡과 찰보리빵을 너무 맛있게 잘 드셨다. 특히 어머님께서는 찰보리빵을 즉시 세 봉지를 드셨다고 한다. 다른 찰보리빵과 다르게 빵이 참 두툼하고 맛있고, 안에 생크림이 얇게 발려있는 것이 느끼하지도 않고 딱 좋게 맛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우리 예인이가 고르는 것은 뭔가가 다 고급스럽고 차원이 다르다고 하신다. 내가 고르는 것에 뭐 그렇게 특별할 게 있겠냐마는 내가 드리는 모든 것을 특히 제일 좋은 것이라 여겨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자식에 대한 크나큰 사랑으로 가끔은 객관성을 잃어버리시는 분이 우리 어머님이시다.



Day 19 (토)


우리는 아침 9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9시 딱 맞춰 우리는 로비에 도착했고, 부모님과 형님은 조금 늦으신다 하여 지하주차장에 가서 차를 미리 올려놓았다. 십오 분 쯤 뒤에 식구들이 다 내려오셨고, 어머님과 형님은 늦은 것에 대하여 서로 탓하며 장난치듯 살짝 투닥거리셨다.


오늘의 스케줄은 남편이 짰다. 첫 일정은 우리가 작년 11월에 제주도 주민인 연하언니의 추천을 받아 다녀왔던 브런치 카페에 가서 아점을 먹는 것이었다.



카이로스


서귀포에 있는 호텔에서 애월에 있는 브런치 카페까지는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이곳은 음식이 맛있을 뿐만 아니라 카페 주변의 경치도 장관인 곳이다.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쯤에 왔을 때보다 봄의 한 가운데에 있는 오늘의 풍경이 훨씬 생기있었다.

아버님은 내가 선물해드린 옷을 입고 오셨다. 고사리파니니와 아메리칸브런치 세트


그때 와서 먹고 반했던 불고기고사리파니니는 여전히 최고였다. 고사리의 향이 참 독특하고 깊었다. 부모님과 형님도 맛있게 드셨다. 다 먹고 나서는 카페 앞 뜰에 나가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제 산굼부리로 이동하려고 차 앞에 갔는데 어머님께서 너무 행복해하시며 말씀하셨다.


"이렇게 자식들하고 같이 오랜만에 여행을 오니까 억수로 좋네~~ 역시 여행은 뭔가 특별한, 특별하게 좋은 뭔가 그런 게 있다, 그쟈~?"


"역시 여행은 최고다, 그쟈~~??"


산굼부리


산굼부리 주차장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있었다. 우리는 차를 충전기에 꼽아 두고 산굼부리로 향했다. 아버님께서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을 보고는 신기해하며 좋아하셨다. 충전기를 꼽아둔 차 앞에서 멋진 포즈를 지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입구 쪽에 서있던 돌하르방은 우리 아버님과 똑같이 생겼다.


산굼부리는 지난 11월에 왔을 때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무성했던 억새풀은 다 깎이고 없었다. 그 대신에 우리는 분화구 안쪽에 풍성한 나무들이 자라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둥글게 안쪽으로 파인 분화구 내부에 다양한 나무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꼭 다른 세상 같았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애월 한담해안산책로


산굼부리를 다 보고 나서는 커피 한 잔을 하러 애월의 한담해안산책로 쪽으로 이동했다. 애월의 한담해변 쪽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주에서 가장 많이 바뀐 곳인 것 같다. 3년 전 쯤에 왔을 때에는 봄날 카페 밖에 없었는데 그 옆으로 지디 카페(몽상 드 애월)가 생기더니 작년 11월에는 많은 새로운 카페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왔더니 그 모든 짓고 있던 카페들이 오픈을 해서 완전히 카페 거리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카페들을 구경하며 해안로를 걸어 가장 안쪽에 위치한 하이엔드제주라는 카페로 들어갔다. 빵이 아주 다양하게 있었는데 그중 두 개를 먹어보았다. 정말 맛있었다!


형님의 비행기 시간이 7시라서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으러 이동해야 했다. 저녁으로는 흑돼지를 먹기로 했다. 아버님께서 친구분께 전화를 하시더니 흑돼지 맛있는 집을 추천해달라고 하셨다. 두 군데를 말씀해주셨는데, 우리는 그중 '늘봄흑돼지'로 가기로 했다.


늘봄흑돼지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인 다섯 시쯤 도착하니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우리가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삽겹살과 목살을 시켰다. 고기 맛이 정말 좋았는데, 점심도 든든히 먹고 카페에서 빵도 먹은 데다가 이른 저녁 시간이라 더 많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냉면까지 알차게 먹었다. 반찬으로 양념 게장이 나온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머님께서는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는 처음 먹어보신다며 감탄을 연발하셨다. 돼지고기 같지 않게 육즙이 매우 풍부하고 숯향이 더해져 고기 맛이 최고라며 너무 좋아하셨다.



형님 안녕


내일(일) 아침에 일하러 가셔야 하는 형님은 오늘(토) 저녁에 먼저 비행기를 타고 떠나셨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나면 한동안 뵙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참 서로의 얼굴을 깊게 쳐다보며 인사를 했다. 정이 많고 따뜻하신 형님은 탑승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형님은 중요한 순간에 우리에게 늘 큰 힘이 되어주신다. 부산에서 열린 우리의 결혼식 때에도 많은 일들을 도맡아 하며 고생해주셨다. 이번에도 우리의 여행을 응원하며 큰 후원금을 쾌척해주셨고, 뿐만 아니라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돌아가자마자 우리 만을 위한 음악까지 만들어서 보내주셨다. (형님이 직접 만드신 노래는 따로 하나의 게시글로 올릴 예정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형님이 동생인 우리 남편을 진심으로 예뻐하시는 마음이 느껴진다. 동생에 대한 큰 사랑으로 나까지도 정말 예뻐해주신다. 무뚝뚝한 부산 싸나이 형제이지만 형님은 늘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시는 분이다.



Day 20 (일)


부모님이 올라가시는 날이다. 오후 1시 비행기로 올라가시기로 하여 공항과 멀지 않은 곳에서 아점을 먹고, 어머님이 너무 좋아하셨던 찰보리빵을 사러 동문시장을 들렀다가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장춘 식당

아버님의 추천으로 가게 된 곳이다. 이곳은 주메뉴로 순대국밥을 내세우고 있지만 갈치조림, 고등어구이, 성게미역국 등 다양한 제주의 음식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갈치조림정식 2인분, 고등어구이, 성게미역국을 주문했다.


메뉴 하나하나가 정말 맛있었다. 숨겨진 오래된 맛집 같은 느낌이었다. 제일 먼저 나온 갈치조림은 그 국물이 중독성이 강했고 갈치 살도 통실하니 많았다. 고등어구이는 기름이 쫙 빠져 아주 담백했다. 기름이 자글자글한 생선구이를 좋아하는 남편은 살짝 아쉬워했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은 완전히 취향 저격이었다. 성게미역국은 성게의 향으로 바다 내음이 가득한 속풀이 해장국이었다. 오랜만에 집밥 같은 따뜻한 한식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찰보리빵과 올레꿀빵


동문시장으로 걸어가 찰보리빵을 사러 갔다. 사장님 부부는 우리를 알아보시는 것 같았다. 그저께 와서 구매했었는데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셔서 모시고 또 왔다고 말씀드렸다.


일단 어머님이 너무 맛있게 드셨던 찰보리빵을 다섯 박스 정도 사기로 했다. '석 여사'님께 드릴 것, 어머님 아버님 댁에서 드실 것 등 충분히 사셨다. 시식할 수 있게 되어있던 것들도 몇 개를 먹어보았는데 올레꿀빵이라는 것이 또 너무 맛있었다. 아버님께서 올레꿀빵의 맛에 반하셔서 그것도 한 박스 사셨다.


많이 샀더니 사장님께서 서비스도 많이 챙겨주셨다. 두 손 한 가득 제주의 빵을 안고 공항으로 향했다.


우리가 제주를 떠나는 날이었던 Day 21 (월)의 아침에도 또 들렀다. 친정 부모님께 사드릴 빵을 사기 위해서였다. 자주 오다가 친해져서 사장님 부부와 사진도 찍었다. :)



공항에서의 오사마리(?)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잠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적당한 카페가 없어 롯데리아에 들어가 커피를 시켰다.


"카페에 가서 오사마리 함 해야 안 되겠나~?"


아버님 어머님은 마지막에 함께 커피 한 잔 나누는 시간을 '오사마리'라고 하신다. 이 글을 쓰면서 오사마리가 뭔가 궁금해져 검색해보니 '매듭(결말) 짓는 일'이라는 일본어라고 한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순간 앞에서 지금까지의 삶에 대하여 매듭을 지으며 끝맺음의 인사를, 또한 시작의 인사를 나눈다.


"느그들이 오랫동안 간다 하니까 마 시원섭섭~허네. 시원섭섭이 아니라 그냥 섭섭하네. 허허"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랫동안 뵙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는 만큼 건강하게 잘 다녀와서 더욱 기쁨 많이 드리는 자녀가 되어야겠다.


인생의 정답은 밖에 있다.
두려움없이 나아가라!
실행이 답이다.

- 부모님께서 해주신 말씀



늘 저희의 뜻을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여행하고 금방 또 돌아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아버님께서 그토록 고대하시는 손주 셋도 머지 않아 안겨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018.04.26~29

세계여행 Day 17~20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