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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May 03. 2018

다시 수도권, 재정비의 시간

[Day 14~16] 앞배낭 구매/ 송도 캠퍼스/ '그날, 바다'/ 한강

롯데백화점에서 앞배낭 구매 (Day 14)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몸도 축 처지고 피곤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구월동 오피스텔 건물 옆에 롯데백화점이 있기에, 우리는 예전에 부모님이 주셨던 롯데백화점 상품권 10만원 짜리를 들고 가서 앞가방을 구매하기로 했다.

우리가 메고 다니던 앞배낭은 잔스포츠 기본 가방(남편)과 스파오(로 추정되는) 만원 대 가방(나)이었다. 그런데 약 보름간 다녀보며 여행용으로 부적합한 점들을 발견해 새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 잔스포츠: 옆 주머니가 없다. 공간 분할이 되지 않는다. 노트북을 넣는 포켓이 따로 없다.

- 내 가방: 지퍼가 매우 뻑뻑하다. 너무 잘 더러워진다(연핑크색). 공간 분할이 되지 않는다. 옆 주머니가 있긴 있으나 매우 좁다.


다니다보니 큰 메인 배낭보다 훨씬 더 자주 들게 되는 것이 앞배낭이었기에 어깨에 편하고 실용적인 배낭을 들고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백화점 아웃도어 코너에 가서 세 바퀴를 돌며 정밀히 분석한 후, 노스페이스의 가방을 구매했다.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NM2DJ02 멜란지그레이/네이비

(정가 139,000원 -> 할인 중이라 약 98,000원에 구매)

앞배낭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유

1. 카라비너를 걸 수 있는 곳이 많다.

2. 앞에 매쉬포켓이 있다. (덜 마른 옷을 넣어두기에 용이)

3. 가방 내부 공간이 다양하게 분리된다.

4.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포켓이 있다.

5. 양쪽 다 옆주머니가 있고, 그중 한 쪽은 쭉쭉 잘 늘어나도록 되어있다.

6. 가방 크기가 너무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아 적당하다.

7. 레인커버가 있다.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방문 (Day 15)


학교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글을 쓰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구월동에서 숙소 체크아웃을 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송도에 있는 캠퍼스로 향했다.


캠퍼스타운역에 내리자마자 감회가 새로웠다. 나의 신입생 시절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이 도시가 그냥 막 사랑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역에서 학교 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추억에 잠겼다. 나의 가장 철 없었고 가장 자유로웠던, 가장 고민이 많았고 가장 치열했던 한 해가 이 캠퍼스에 녹아있었다.


마냥 설레던 마음이 퉁, 한 대 맞았다. 도서관에 도착해 여느 때처럼 입구에서 학번을 입력했는데 입장을 거부당한 것이다. 일단은 졸업생으로서 출입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고 한다. 그 기간이 얼만큼인지, 어떻게 연장할 수 있는지는 1층 데스크에서 물어볼 수 있는데 학생들이 시험기간이라 오늘은 어찌 됐든 출입할 수가 없다고 한다. 대학생이었던 나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일단 점심 때가 되어 학식을 먹기로 했다. 다행히 식당은 아주 널널해서 우리의 커다란 가방들을 옆에 두고 먹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시험기간 중인 학생들과는 누가 봐도 좀 다른 모습이긴 했지만 말이다. 양지쌀국수와 참치김치찌개를 먹었다.


다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가방을 식당 구석 자리에 놔두고 문구점에 들렀다. 별 생각 없이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득템을 하고 왔다. 내가 그토록 찾던 여권 넣을 만한 케이스와 남편이 그토록 찾던 해외에서 들고다닐 간편한 지갑, 그리고 카메라 셔터, 후레쉬로도 이용 가능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입했다.


다 사고 나왔는데, 눈에 아른거리는 것이 있었다. 사고 싶었는데, 너무 예뻤는데, 짐이 될까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사지 못하고 나왔는데, 계속 눈에 아른거리고 아쉬워서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짙은 자주색에 흰색 테두리가 둘러진 글씨가 군청색의 바탕과 너무 잘 어울리는 티셔츠였다. 내 배낭에는 칙칙한 회색과 검정색 반팔티밖에 없는데 이거 하나쯤 사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게 그렇게 큰 사치이려나, 갑자기 서럽기까지 했다. 결국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 남편과 커플티로 구매하고 말았다. 최근의 소비 중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한 소비였다.

바로 이 티셔츠! 사진은 제주에서 (Day 18)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일하시는 근우 씨의 선물 (Day 15)


남편의 친구 근우 씨는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라코스테에서 근무하신다고 한다. 우리가 오늘 송도에 있다고 하니 오늘이 근무일이 아닌데도 이쪽으로 와주셨다. 나는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느라 함께 가지는 못했는데, 남편이 근우 씨와 아울렛에 다녀왔다. 여행 갈 때 신으라고 귀여운 양말을 하나씩 사주셨다. 가방 속 깊이 넣어둔 긴 양말 하나를 빼고 예쁜 새 양말을 넣었다. 근우 씨,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양말은 처음 신어봐여....>.<


영화 '그날, 바다' 관람 (Day 16)


세월호에 관한 내용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담은 영화 '그날, 바다'를 관람하였다. 이 영화는 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되었다. 압구정CGV 아트하우스에서 보았다.


진도의 팽목항과 목포신항의 세월호를 보고 온 후에 이 영화를 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진상 규명을 위해 3년 간 노력하여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낸 감독과 제작팀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들이 밝혀낸 결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세월호의 침몰은 사고가 아니었다.


눈물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이 참혹한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에 몰입하여 화가 나고 소름이 끼칠 뿐, 눈물은 나지 않았다. 이 영화는 그만큼 감성에 호소하기 보다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날의 상황을 분석하는 데에 집중했다.


상영하는 영화관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라도 찾아가서 봐야 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한강 산책 (Day 16)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기 전, '썸'을 타던 때에 걸었던 한강 산책로를 걸었다. 매일 보던 한강인데 앞으로 2년 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오늘의 나는 서울 시민으로서 한강을 걷는 것이 아니라 서울을 여행하는 여행자로서 한강을 바라본다.


2018.04.23~25

세계여행 Day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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