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생명을 생각하다

[Day 27-33] 몽골 고비사막투어

by 시소유


감각이 무뎌졌다. 평소 느끼던대로 느끼지 못한다. 조금 더 위로, 또는 조금 더 아래로 치달을 수 있는 나의 기분은 어느 지점에 머물러 요동하지 않는다.


이곳에는 생의 에너지가 부족하다. 수분, 특히 수분이 부족하다. 땅은 말라 붙다 못해 갈라지고, 갈라지다 못해 모래와 자갈들만이 가득하다. 그 모래들이 풀풀 날려 늘 모래가 가득한 바람이 불고 그 때문에 코는 늘 굳어있다. 공기 중에도 수분이 부족하니 숨쉬는 것이 편치 않아 산소마저 부족한 느낌이고, 온몸이 마른다. 입술과 피부가 갈라지고, 닷새 동안 변을 보지 못하다가 아주 딱딱한 변을 본다.

사막의 '사'자가 '모래 사'자였나 '죽을 사'자였나. 모르긴 몰라도 풀때기 하나 찾기 어려운 이곳은 삶보다는 죽음에 좀 더 가까운 것 같긴 하다.


현저히 무뎌진 와중에도 기분이 꽤나 좋은 편에 속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물 한 모금 없는 모래를 뚫고 자라난 파란 풀잎을 보았을 때, 바위 틈 사이로 피어난 작은 꽃들을 보았을 때, 건조한 바람들 사이로 줄지어 이동하는 낙타, 소, 말, 양들을 보았을 때, 드넓은 사막을 뚫고 200km 떨어진 곳으로 등교하는 어린 아이를 보았을 때.


이 결여된 땅에서도 자신들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살아가는 생명들의 힘을 보았을 때.

나는 잔잔하게 요동했다.




2018.05.12.

세계여행 Day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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