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라이프>, 난임 부부의 임신 여정을 담은 현대적 로드무비
뉴욕의 중년 예술가 부부인 리처드와 레이철은 재정적으로 여유 있지도 않고, 모두가 인정할 만큼 훌륭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들은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지고자 온갖 방법을 시도하지만 확률 상 그들에게 둘 만의 아이를 가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들은 젊은 여성의 난자를 사용해야 확률이 두 자릿수로 증가한다는 의사 소견에 절망하지만, 주저할 시간조차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리처드와 레이철은 의붓 조카 세이디에게 도움을 받기로 하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임신에 도전한다.
이 모든 과정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주변인들은 그들이 임신과 출산을 하기에는 나이가 찼고, 돈을 빌려서라도 병원에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임신 중독'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에 부부가 아이를 갖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관객은 그들의 절박함을 자연히 받아들이고 여정의 조수석에 올라타 임신 과정을 함께 하게 된다.
어느 작가의 말에 따르면 독자가 주인공에 이입하는 정도는 주인공의 동기가 분명할수록 강해진다고 한다. 리처드와 레이철은 그들의 행동 동기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영화의 시작부터 그들은 아이를 가지는 일에 몰두해 있고, 이전의 부부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임신 시도라는 한 가지 행위가 집요하고 자세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관객에게 다른 선택지에 대한 여지를 주지 않는다. 단지 결혼 생활이 지속되는 이유는 새 생명에 대한 기대 하나뿐이고, 이것이 아니면 둘이 함께 나눌 희망은 없다는 점이 부부의 절박함으로 현연히 드러날 뿐이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동안 부부에게 희소식은 드물고 난관만 잔뜩 펼쳐진다. 아이를 가지는 일이 이리 어려운 일이었던가. 자기 의지로 시작한 여정인데 어째서인지 주인공들은 사건이 벌어지는 대로 딸려가는 느낌이 든다. 클리닉 대기실에서 이름이 호명되기만을 기다리는 순간이 반복될수록 주인공들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결심했던 일이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동기는 희미해지고 마침표를 찍기 위해 완주하게 되는 경험은 다들 있지 않나. <프라이빗 라이프>를 본 후 허무와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차분한 침묵이 맴도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비로소 이들의 삶에서 깨어날 수 있었을 정도로 순식간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