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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ㅈ Aug 11. 2019

<랄랄살롱> 최랄라

2017.12.24

작년 겨울쯤 여행 계획 세운다며 친한 언니를 삼성역 근처에서 만난 날이 있었는데 그 아주 부근 내가 궁금해하던 사람의 전시가 있었다. 마침 그 날이 전시 마지막 날이라 이것도 운명인가 마음먹고 갔는데 계획에 없던 부모님 소환으로 아쉽게 전시를 놓쳤다.


올해 다시 새로 열었다는 그의 전시. 꽤 전부터 열려있었지만 바쁘단 핑계로 미루고 미뤄 마지막 날까지 왔고, 외출 계획이 없던 이브라며 이대로 못 보는구나 싶었는데. 급하게 잡힌 약속으로 결국은 약속시간보다 이르게 한남동에 갔다.


 짧은 시간이라 전시공간을 둘러봤다고 하는 게 더 맞겠지만. 첫눈에도 기대 이상으로 오묘하고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공간 자체에 작가의 내면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잘 알려진 최랄라의 친숙한 대표작들로 시작하지만 또 하나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거꾸로 들어가는 바람에) 거슬러 올라가 초입의 설명을 읽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처음 가는 길처럼 문을 열고 나가자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의 꿈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빨간 벽의 방과 그곳으로 가는 문. 그 속에 걸려있는 수많은 순간, 풍경, 그리고 뒷모습들.
아름답기도 슬프기도 한 공간. 자기 손으로 만든 자신의 마음이라는 방. 이 방이 처음 완성되고 이 곳을 걸었을 때 작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쌓이는 노력과 고민. 어쩌면 환희. 짧은 순간이었고 나는 예술도 무엇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괴로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를, 마음의 조각을 표현하기를  갈구하는 것인지. 어떻게 예술이라 부르는 것들에 자기 인생을 바칠 수 있는 것인지. 처음으로 그 마음을 조금은 가까이 들여다본 것만 같았다. 단 몇 줄의 시라도 몇 점의 그림이라도 자신의 것을 만든다는 일은 참 특별한 일이라는 게 새삼스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둘러보며 시간이 부족하고 이런 걸 같이 못 본 게 아쉬워 게으른 스스로가 좀 미웠는데 오늘 집에 오는 길 전시가 연장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 여행이 그런 것처럼
좋고 아름다운 순간들은 예상치 못 한 곳에서 불쑥불쑥 찾아오고. 생각보다 오래오래 마음속에서 옅어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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