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다녀왔다고 하면 아무래도 아직은 아주 흔하게 가는 여행지는 아니라서 그런지, 막연히 여행이 고될 것 같다는 인상 때문인지 여행 이유를 정말 많이들 물어보셨다. 사실 딱히 이렇다 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동기 언니오빠들이 간다길래, 호기심에, 재밌을 거 같아서. 동기들이랑 처음 같이 간 여행이라서 그런지 지루할 틈 없이 재밌었고 내게 몽골은 정말 새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꼼꼼하고 똑 부러지고 남일도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는 언니오빠들 덕분에 사실 여행도 크게 고되지 않았다. 그리고 2주간 길게 혹은 짧게 함께한 몽골 사람들에게 받은 인상은 강하고 건강했고 따뜻했다. 이 나라. 이 사람들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될 만큼.
여행 첫날 잠이 안 와 이불속에서 생각나는 사람들 이름을 핸드폰에 적었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 나를 소중히 대해준 사람들. 고마운 일 미안한 일들만 쌓아 온 사람들. 결국은 다 보고 싶은 사람들. 후회되는 일들을 생각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어떤 순간에만 존재하는 말이 생기는구나. 어떤 순간에만 의미를 갖는 말들이 있었구나.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행복하다 느껴지는 순간이 올 때마다 두 가지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지금 이 곳 함께 왔으면 정말 좋아했겠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좋은 사람들. 이 순간을 가져갈 순 없겠지. 결국 다 지나가겠지.' 내가 추억만 할 뿐 가져오지 못했던 여러 순간들이 여행 내내 생각나 여행을 할수록 그리운 마음이 짙어졌다.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주말마다 미국 곳곳으로 여행 다녔던 1년, 대학 동기들과 엉겁결에 떠난 파리에서의 8일, 기숙사에서 매일 같이 자는 친구들이랑 별 것 없이도 호텔 방에서 밤 새 놀았던 수학여행, 가족 같은 친구들이랑 매 겨울마다, 여름마다 보러 가는 바다들.
생각해보면 25년간 나는 매 번 내가 사는 이 순간을 아무렇지 않은 듯 떠나왔다. 천천히. 어떤 순간에만 머무르는 건 비단 말뿐이 아니니까. 지금 이 공기, 눈 앞의 하늘, 내가 느끼는 감정, 내 앞에 있는 이 사람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결국은 이 순간이 지나면 모두 다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이니까.
사람마다 각자, 어쩌면 한 사람에게도 여행을 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나처럼 그냥 심심해서일 수도 궁금해서일 수도. 그런데 내게 여행을 여행답게 만들어 주는 것의 5할 정도는 무언갈 떠난다는 그 느낌이다. 여행을 하면 우리는 두 번 떠나게 되니까. 집을 나설 때 일상을 떠나고 여행이 끝날 때 여행에서 만난 모든 순간들을 떠나니까.
매일을 그 순간을 아무 생각 없이 떠나다가도 여행에서의 그 두 순간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가 있다. 시간과 더불어 모든 게, 나 자신조차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고 나면 그 순간들, 나를 떠나고 내가 떠난 그 순간들이 내게 남긴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 삶을 채워준 순간들. 그 순간을 만들어준 사람들. 나를 있게 해 준 모든 것들. 그리고 내 모든 허물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 떠나지 않고 내 옆에 머물러 주는 이들.
여행 마지막 날 넓은 침대에 혼자 누워 생각했다. 지나갔든 지금 내 옆에 있든. 내 모든 순간을 만들어준 사람들. 그 사람들과 그 순간들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겠지. Imnothingwithoutyou. 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