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

by 이상우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두 개를 먼저 소개해 주고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1. 까슬까슬한 리플


난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애초에 상업적인 음악에 관심이 있어 음악을 시작한 것도 아닐뿐더러 싫은 음악을 하느니 음악을 안 하고 말지라는 꼴통적인 자존심으로 가득 차 있어 앞으로도 이런 암울한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울한 상황이 첫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아닐 테고. 그래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경기도에 위치한 실용 음악 학원에서 수업을 기타, 작곡 등의 수업을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학생으로 만난 한 학생과의 사연을 전하고자 한다.

그 학생은 조금 특이했다. 순수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면서도 대인 관계에서 특유의 서투름 때문에 사람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질 못했다. 분명 악의는 없지만 귓가에 까슬하게 걸리는 말들을 많이 하는 아이였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각별하여 나와는 나름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아이와 나름 3년(?) 정도의 시간 동안 가끔 연락하며 음악 얘기도 하고 지내던 중, 올해 초 나의 원 맨 밴드 새 앨범이 나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내 SNS에 올린 앨범 홍보 글에 그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리플을 달았다.

"좋을 것 같은데 제가 유튜브만 써서 못 듣네요."

사랑하는 와이프도, 몇 안 되는 친한 주변 사람들도, 심지어 나 스스로도 내가 말과 표현에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저 말은 나의 귀를 까슬한 정도를 넘어서 긁고 지나갔다.



2. 분노에 찬 락커


SNS를 정말 활발하게 하던 시절, 라이브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영상으로 팬이 됐던 밴드가 있었다. 블루스와 그런지를 접목시킨 것 같은 3인조 락 밴드였는데, 기타를 연주하는 여자 보컬이 너무 멋진 밴드였다. 여하튼 직접 찾아간 적은 없지만 페이스북 상에서 나름 열정적으로 그 밴드를 주변에 소개하기도 하고 영상을 퍼나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밴드와의 인연(?)도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이쯤 되면 예민하고 오만한 내 성격이 큰 문제인 것 같긴 하지만) 어느 날, 내가 애정 했던 보컬이 올린 포스트 때문이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현재 대한민국의 음악 유통구조는 너무도 유통사 친화적이어서 영세 뮤지션들은 부당하게 착취를 당하고 있다. 불쌍한 뮤지션들은 오히려 자신의 음악적 능력을 자책하며 어려운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뮤지션들이 음악으로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그 당시 존경해 마다않는 신대철 씨가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유통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선포하며 새로운 바람에 대한 수많은 뮤지션들의 열망이 떠다니던 시기였다고는 하지만, 나와는 생각이 너무 달랐고 그 긴 글에는 논리와 근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실망한 나는 그 밴드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3. 과연 사람들은 음악에 돈을 쓰는가?


첫 번째 사연의 학생은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큰돈을 벌고 싶어서, 혹은 유명한 뮤지션이 돼서 허세를 부리고 싶은 욕망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음악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돈을 지불하고 음악을 듣는데 익숙하지 않다. 내가 실용음악 학원, 무려 '실용음악' 학원에서 만난 학생들 중 유료 음원사이트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채 반이 되지 않는다. 학원 컴퓨터에 항상 즐겨찾기 되어 있는 사이트는 유튜브 음원 추출 사이트이다. 실용음악 학원의 강사들조차 멜론, 지니 등의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당신이 만난 표본들이 대부분 돈에 여유가 없는 학생들이라 그런 게 아닐까?'

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겠지만, 거의 하루 종일 학원에서 수업을 하며 그들을 지켜본 바로는 아니다. 내가 접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보다 하루 생활비가 더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스트리밍에 돈을 쓰지 않는다. 왜? 그렇게 많이 듣지도 않고 듣고 싶을 땐 유튜브에서 들으면 되니까. 유튜브에 없는 음악이면? 그냥 안 들으면 되니까.

글을 쓰면서 이제야 떠올랐다. 나는 그 좋아하던 밴드와 설전을 벌이고 관계를 접었었다. 유통구조를 탓하는 그에게 나는 '뮤지션이 자책해야 하는 게 맞다. 대중들이 돈을 내고라도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그런 음악을 만들었는데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땐 돈을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나는 왜 계속해서 뮤지션들의 음원 수익을 다루는 글들에서 돈을 쓰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무전취식자 들이다. 심지어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현명하게 현대 어려운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4. 뜻밖에 자기반성의 시간


내가 하는 모든 주장들은 거꾸로 나를 공격할 수 있다. 대학시절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 다니고, 2015년경 대니 엘프만 라이브 공연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 음악 공연에 돈을 쓴 적이 없다. 기억해 보면 친한 동료들의 공연을 따로 챙겨서 본 적도 없다. 위에 언급한 그렇게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밴드의 공연도 한 번도 가본적 없다. 오래전부터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탓해오면서(음악을 들으면서 1푼도 쓰지 않으려는 무전취식자들만을 의미하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뮤지션들의 유통 구조는 공연 수익과 굿즈 수익이 주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던 필자가 뮤지션들을 도울 수 있는 행동을 1도 하지 않은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그들의 음악을 스트리밍 하면서 끽해야 한 달에 500원 정도 수익을 안겨줬을 수도 있겠다. (필자의 출퇴근 시간은 길고 플레이리스트는 많지 않다.)

'유튜브에 없어서 못 들어서 아쉽네요'라고 굳이 리플을 달아 아쉬움을 짙게 표현했던 그 아이도 내가 손절할 만큼 큰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아닌 그가 좋아했던 영화 음악감독이 신곡을 발표했는데 유튜브에 없고 멜론이나 지니에만 있었다면 그는 굳이 결제를 해서라도 다운을 받아 들어봤을 테니.(약간의 의심이 들긴 하지만 그러리라 믿고 싶다.) 그 학생에게 내가 그 정도의 뮤지션이 아닌 것이 아쉽고 애석할 뿐이다.



5. 결국 누구의 잘못인가?


수많은 대중들이 나에게 돌을 아무리 던져봐야 나의 결론은 같다. 한 달 내내 스트리밍 해봤자 뮤지션에게 몇백 원이 주어지는 유통구조이지만 그 몇백 원조차 쥐여주지 않는 소비자들이 가장 큰 문제이다. '내가 아무리 들어줘봤자 뮤지션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그 몇백 원의 지원조차 아까워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다.

비긴 어게인 영화의 결말엔 (스포일러 포함?) 키이라 나이틀리가 자신의 음원을 유통하지 않고 무료 배포하는 배짱을 보인다. 음악에 감동을 받은 소비자들은 자율적으로 돈을 지불하고 그들은 많은 돈을 벌게 된다. 라디오헤드도 In Rainbow라는 앨범 발매할 때 그런 방법을 사용했던 것 같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대안이다. 하지만 음악이 누군가의 소유가 아닌 웹상에 떠다니는 실체 없는 공공재라고 생각하는 다수 때문에 다소 꿈같아 보인다.

웹상에서 무료로 음악을 듣는 것은 마트 시식 코너와 다를 것 없다. 시식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시식 코너에서는 물건이 마음에 들면 제품을 구입하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음악 컨텐츠의 수준, 유통 구조의 개선 이전에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음악에 대한 소비가 다른 컨텐츠에 밀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음악을 들을 땐 그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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