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일기장

by 정은세

다시 글을 쓰다보니,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오래된 일기장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기록을 꺼내들었다.




<가을 그곳... 나의 일기장>


내가 가진 보물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가족, 집, 자동차…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기장"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초등학교 시절, 그림일기를 제외하면 나의 첫 일기장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같은 동네 살던 사촌오빠가

시화가 들어있는 멋진 일기장을 선물해주며 시작되었다.


유독 내성적이라, 같이 밥 먹는 1~2명의 친구를 제외하고는

친구가 많지 않았던 내게,

이 일기장은 조숙하고 고뇌가 많았던 어린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물론 그 후 다른 일기장도 있었지만,

이 일기장은 질풍노도 같았던 찬란한 시기 —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세상물정 모르는 철모르는 꼬맹이가

사랑과 이별을 배우며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을 담고 있다.




나는 가부장적이고 엄한 가정의 세 자매 중 둘째였다.

주변의 남자라곤 아빠와,

일년에 몇 차례 만나는 사촌오빠들이 전부였고,

유독 내성적이라 고등학교 때까지

길을 지나가는 남자들과 얼굴이 마주쳐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소심한 아이였다.


그런 이유로, 나만 보는 일기장에서는

현실의 나와 달리 과감하고 솔직한 심정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참이 지난 지금에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 믿고 따랐던 독서실 운영자 아저씨의 거짓말

- 독서실 유리창 속에서 "두근두근" 설레던 마음을 억누르며 살포시 인사하던 7살 연상 인하대 공대 오빠

- 중학교 입학 후 첫눈에 반한 선배의 이름

- 평생 처음 큰 시험(연합고사)을 앞두고 혹시라도 떨어질까 두려움에 떨었던 소녀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어,

이 일기장은 나에게 더 각별하다.

그때의 설렘과 떨림이 지금도 가슴 한켠에 남아 있다.







문득 이승철의 <사랑하기 좋은 날> 영상을 보며,

그 시절의 내 마음이 떠올랐다.





https://youtu.be/fWR6fiDkODg?si=OlJSmFdmIBBYAI73


- 여러분에게도 어린 시절 마음속 친구였던 일기장이 있나요?





#일기장 #기록의힘 #나이듦 #삶의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