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 인터뷰 17-3] 책이 나를 부를 때, 홍대

와우! 북페스티벌

by 이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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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특히 인문학 소양 역시 취업을 위한 하나의 스펙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채 : 인문학은 교양에 대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청년들은 인문학을 왜 교양으로 볼까요.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고, 인간을 이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노동, 죽음, 교육 등 인간과 관련된 각각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려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입사 시험 중 인문학 문제를 풀게 만드는 것은 일종의 정보학 시험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나요. 어떤 사건, 시대에 대해 외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죠. 우리는 역사에서 볼 수 있는 삶의 지혜, 태도, 우정, 사랑, 노동을 바라봐야 해요.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 삶의 방식이 ‘과연 당연한 것인가’, ‘혹 다른 방법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하며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인문학이죠. 자신이 가진 인문학적 지식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며 자랑하는 것은 패션학이 아닐까 합니다.


책과 독서에 대해 더 깊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요새 독서 자주 하고 있나요?

채 : 호기심은 있지만 많이 읽진 못하고 있어요


디지털 미디어로 인해 책을 더욱 읽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채 : 디지털 미디어가 많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근본적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 시대 책의 기능은 정보 전달 기능이 우선이었지만 현재는 여러 미디어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죠. 정보는 소비재 성격을 가진 반면 책은 특별하게도 지속 가능한 논리력을 키워주거나 감수성을 형성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미디어 환경에 급격하게 휘둘릴 것 같지 않다고 봐요.


1인 출판사나 작은 출판사들이 근래 더욱 많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아닌 공급자 입장에서 이런 변화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채 : 예전의 인쇄 환경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출판이 조금 더 쉬워졌다고 생각해요. 문화의 다양성, 취향의 다양화가 확대되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발현하는 수단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무엇인가요?

채 : 저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에요. 지금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젊은 시절, 1년 내내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씨름했던 책이에요. 생각을 끝까지 끌고 가보는 노력이 중요하죠. 이해를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읽고 안되면 또 읽는 경험이 저에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큰 힘을 만들어줬어요. 청년들이 꼭 그런 시기를 가졌으면 해요. 그 책을 통해 가지고 있었던 고민과 생각들이 실제로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시 ‘자본론’을 읽기 위해 함께 모였던 친구들을 다시 만났어요. 지금까지도 종종 만나고 있고. 그때 먹고 마시며 어울려 놀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자본론’을 통해 쌓아온 잊지 못할 추억이 생긴 것이죠.


마르크스와 '자본론'


현재 대학원의 교수이기도 합니다. 청년인 대학원생들을 직접 대하며 지금 시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채 : 첫 번째는 무엇인가를 끝없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힘들지만 지속적으로 끈기 있게 파고들어가 보는 것. 그것이 책, 프로젝트 등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요.

두 번째는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에요. 인생은 깁니다. 가늘고 길게 살다 보면 관계가 조금씩 확장돼요. 관계도 넓어지고 경험이 쌓이면 자원이 많아지게 되죠. 작은 일을 오래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부족하게, 조금 내려놓고 사는 것이 좋아요.


같이 일하는 파트너를 고려할 때, 직원을 채용할 때 바라보는 중점적인 기준이 있나요?

채 : 기본적으로 제가 채용을 담당하지 않아요. 오히려 실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직원이 더 잘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유쾌하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좋죠. 그러한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실무적인 업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신입사원은 다른 세계에서 온 상황이잖아요. 가고 있는 기차에 막 타기 시작했는데 어떤 칸인지 모르는 혼란의 시기를 견디는 태도와 시간이 필요해요.


자본주의를 살아가면서 돈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채 : 저는 소유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필요로 하지만 소유하고 싶지 않아요. 심플하게, 가볍게 살고 싶어요. 부동산 같은 것은 무겁잖아요(웃음).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편리성을 높여주죠. 그렇지만 소유보다는 사용하는 도구로써 돈을 쓰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처럼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미니멀한 라이프를 사는 모습처럼(웃음).


그런 모습으로 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채 : 불편함이죠. 식당에서 음식이 남는 것, 입지도 않는 옷이 가득한 것, 읽지 않는 책이 쌓여있는 모습 등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있어요.


현재의 삶에서 닮고 싶은 롤모델이나 멘토가 있나요?

채 : 이야기하는 스타일을 보면 아시겠지만 닮고 싶은 사람이 없어요(웃음). 가끔씩 삶의 한 시점에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있죠. 도시 문제를 깊숙이 생각하게 된 계기도 몇 년 안 되었는데, 우연히 만난 건축학 교수가 계기가 됐어요. 그분과 만나서 놀고 이야기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멘토라기보다 특정한 계기를 통해 나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길에 대해서 탐구할 수 있도록 만든 사람들이 있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채 : 꿈을 만들고 돌격하며 이루어 가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꿈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생각을 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에게는 어려운 꿈이네요.

채 : 그럴 수 있죠. 업무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문화 기획’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책도 한 번 쓰고 싶어요. ‘와우책문화센터’처럼 센터를 하나 만들고 싶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말하면 한도 끝도 없겠죠(웃음)?


문화 기획 관련 분야로 진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합니다.

채 : 문화 기획 현장에 있다고 문화 기획이 될 것 같지 않아요. 공부와 고민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바꾸려고 나왔을 때, 설득할 수 있는 힘과 논리적이고 풍부한 자신만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공부하라’고 조언하면 소위 꼰대가 될 수 있겠네요(웃음). 놀면서 재미있게 공부하면 좋겠어요.






수많은 글자와 단어의 조합으로 한 권의 책이 쓰인다. 의도적으로 표절하지 않는 이상 이전에 없던 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소설을 쓰는 이, 에세이를 쓰는 이, 연애에 대해 쓰는 이, 돈에 대해 쓰는 이. 같은 주제를 다룰 지라도 바라보는 관점, 해석하는 방법, 글로 적어내는 스타일 모두 다르다.


이채관 대표를 인터뷰하며 우리네 삶과 책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이러해야 합니다'라고 정답을 제시하지 않듯 '당신의 삶은 이러해야 합니다'라는 정답은 없다고. 심지어 삶의 순간마다 우리의 삶이라는 책은 어떤 때는 사람으로, 일로, 돈으로, 꿈으로, 나 자신으로 계속해서 주제가 바뀐다.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똑같이 따라 살지 않는 이상 이전에 없던 각자의 이야기가 세상에 펼쳐진다.


'와우북페스티벌'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이것 아니었을까. 세상에는 평생을 바쳐도 읽지 못할 수많은 책들이 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쓰이고 있듯 당신의 삶도 이전에 없던 단 하나의 이야기이며 앞으로도 수많은 흥미로운 사람과 사건들로 쓰일 것이라고. 그리고 한 번쯤 상상해보길 바란다. 내 책의 마지막 챕터는 어떻게 쓰일 것인가.


내 책의 마지막 챕터는 어떻게 쓰일 것인가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본 글의 저작권은 게시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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