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북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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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과 관련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들은 ‘도시'라는 공간에 속해있지만 정작 그 개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지요. 도시라는 ‘공간’의 개념과 정의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채 : 매우 어렵네요. 도시에 대해서 하나의 정의를 내리기에는 굉장히 복잡하죠. 도시가 우리 삶에서 느껴질 때가 있나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을 해본 적이 거의 없죠. 도시는 ‘원래 거기 있는 것’, ‘존재하고 있던 것’으로 인식하죠.
도시를 다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도시의 운명과 정책과 삶의 방식들은 우리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도시가 존재하는 목적은 사람을 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도 있죠. 서울 같은 메가시티(Megacity)에서 ‘시민은 어떻게 도시에 개입하고, 이 도시에서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도시를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채 :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전국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서울시만 봐도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이 있고, 마을 단위로 희망지, 희망 돋움 사업으로 조그맣게 이루어지기도 해요. 아직까지 도시 재생이 매우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는 생각이 나지 않네요.
서울 안에서 생각해보면, 세운상가 도시 재생 사업이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메이크 시티(Make city)라는 개념으로 세운상가를 새롭게 정의한 후, 생산 도시로서의 기존의 역할과 역사를 재해석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곳의 숙련된 노동 기술을 가진 분들이 청년들과 만나면서 생기는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죠. 현재 냉장고, 핸드폰 모두 대기업이 만들고 있잖아요. 손으로 만드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죠. 세운상가의 주민이면서 상인인 분들이 손 노동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직접 전해주는 모습이 훌륭하다고 봐요. ‘손끝창의학교’, ‘수리수리 협동조합’ 등이 진행되고 있죠.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지금 다 말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 재생과 관련한 해외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채 : 사실 도시 재생 성공 사업에 대한 해외 사례는 책을 살펴보면 상당히 많이 나와요. 사례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시민들이 어떻게 도시에 개입해서 대안을 이끌어 냈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들어 사회적 기업과 그 역할에 대한 논의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도시 재생 사업 안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채 : 도시 재생을 진행한다는 의미는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죠. 일반적인 정책 관점에서 볼 때 건물 노후화, 경제활동의 부족, 고령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재생 사업을 진행해요.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 맥락으로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기업’이라고 하잖아요. 그 도시의 문제를 온전히 안고 있는 것이 또한 사회적 기업이고.
도시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도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야 하는데, 지역 내에서 주고받는 경제적 이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죠. 그 역할의 핵심적 주체로서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해요. 이러한 형태의 새로운 주체들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현재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주민들끼리 서로 다 알고 지냈죠. 현대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런 문화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이런 동네 문화를 회복하는 것도 도시 재생 사업 안에 포함이 되어있는지 궁금합니다.
채 : 마을 공동체, 커뮤니티 관계성의 회복은 굉장히 중요한 것 중 하나죠. 서로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것을 의미해요. 굉장히 파편화되어 있는 마을 구조에서 마을의 공동 공간인 거리나 주차장을 통해 점차 바꾸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네 주인을 발굴해 내는 것도 중요해요. 동네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주민이겠죠. 주민이 밖으로 나와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만들어 가야 해요. 어떤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인으로서 직접 의제들을 발굴하고 해결해 가는 사람들이 나온다면 굉장히 좋겠어요.
실질적인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부가 억지로 진행하는 것과 주민 주도로 하는 것 사이에 괴리감이 있을 텐데 그 간격을 어떻게 회복하고 있나요?
채 : 국가에서 주도하는 도시 재생 정책도 매번 주민참여를 이야기하죠. 주민 '참여’에서 주민 ‘주도’로 바꾸자는 주장도 하고 있어요. 어떤 특정한 전문 집단의 계획에 참여하는 주민 참여에서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주인으로서 주도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바꾸는 거죠.
문제는 도시 재생 사업을 진행할 때 주민의 주도성이 발효되기까지 굉장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어떤 문제가 드러났을 때 ‘이것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까지 단기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실제 우리나라 행정이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에서 3년이 한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만큼 도시 재생의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사업 진행은 보기 힘들죠. 해외에서는 20년, 30년의 과정을 통해 도시 재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주민의 주도성이 충분히 만들어지고 큰 범위의 자치적 관점이 형성되죠.
저도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바꿀지 그 해결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네요. 이를 고민하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촉매제 역할로 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홍대에 거주하고 있으시죠?
채 : 네.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소위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홍대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 동네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채 : 글쎄요. 예전에는 독특한 스타일에 더해 문화적 다양성이 응축되어 지역 정체성이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클럽도 독특했고, 여러 작은 공간들이 이상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줬어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만든 홍대 만의 문화적 스타일이 드러났죠. 이런 요소들이 흥미를 일으켰죠. 당시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공간이라 집값이 저렴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최근 이곳이 핫플레이스인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오히려 표준화된 공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명동과 다른 점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면 잘 떠오르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영혼의 음식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내가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 때 이 음식을 먹고 싶다’며 떠오르는 홍대 식당이 거의 생각나지 않아요. 급속한 도시의 변화로 인해 임차인들이 쫓겨나는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개념을 빌어 말하면 저는 현재 심리적, 문화적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과잉된 도시로 독특함이 사라지고 있는 중에도 홍대를 관광특구로 만들기 위해 도시의 표준화를 더욱더 가속화시켜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중이죠. 그 와중에 저처럼 도시에 대한 심리적 문화적 애착(Attachment)이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의 대도시도 글로벌화(Globalization)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화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채 : 글로벌화를 비판적 관점에서 볼까요. 매체, 문화 콘텐츠를 통해 보면 글로벌화가 가치중립적인 개념으로 보이지만 결국 굉장한 자본주의적 결과이죠. 자본, 미디어의 경계가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세계 전체를 경쟁 구조로 몰고 가고 있죠.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 종속되는 관계가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 합니다. 이동성(mobility), 접근성,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점을 장점으로 볼 수 있고, 부의 이전에 대한 문제, 부의 축적의 과정에 의한 양극화라는 단점도 있습니다.
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보입니다.
채 : 젊은이라면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져야죠(웃음). 도시의 변화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 없다면 결국 어떤 변화가 이뤄지겠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 짜증에 대해 직접 바꾸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돼요.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 참여자로서.
여러 분야의 문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문화’에 대한 정의가 궁금합니다.
채 : 포괄적으로 문화에 대한 정의는 한 시대의 고유한 삶의 양식, 가치로 정의하죠. 영화, 미술, 음악은 장르로 나뉜 하나의 예술적 형태를 말해주는 것이고. 삶의 양식을 정의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이야기죠. 지금 저희가 만나서 주고받는 언어의 방식 들도 삶의 양식 중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비판적 관점에서 보면 이데올로기(Ideologie)적 장치라고 할 수도 있어요.
문화에 대한 정의는 시대마다 다르게 정의됐습니다. 무언가를 키운다는 의미의 배양(Cultivating)에서 문화가 시작했어요. 그다음에 이성에 기반한 근대성, 합리성을 문화로 취급했고, 교양인으로서 문화인을 말하기도 하고. 문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결과적으로 보면 문화는 사회적 결속력, 공감을 일으키는데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채 : 없다고 생각해요. 소위 우리나라의 ‘문화의 정수’ 가 있다고 하지만 저는 이 또한 우리나라의 기후, 지형, 자연환경이 반영된 하나의 결과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 이전부터 고유함이 있던 것은 아니죠.
책이 나를 부를 때, 홍대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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