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고독 Ep 01
수요일에는 목포로 출장을 떠났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목포나 순천을 가는데 솔직히... 갈 때마다 발걸음이 무겁고 귀찮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왕복하는 수고로움에 비해 아웃풋이 떨어지기 때문.) 이런 생각을 하는 나야말로 소위 O팔이가 된 기분이 들어서 더 별로다.
그럴 때마다 굳건히 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곤 한다. '목포에 계시는 우리의 잠재고객들을 위하여!' 등의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바로 '목포 맛집 기행'이다.
오늘은 목포에서 점심으로 뭘 먹지?
안타깝게도 거래처 주차장에서 고급 세단이 내 차 옆에 지나치게 밀착하여 주차한 바람에 나는 도저히 운전석에 탑승할 수 없었고 맛집 방문을 포기하고 거래처 주변 식당을 찾았다.
<한국죽집>.
그런데 찌개를 더 많이 팔고 있었다. 나는 애호박찌개를 선택했고 반찬은 그럭저럭 맛있었으나 찌개가 나오자마자 돼지 냄새가 심하게 코를 찔렀다. 안타까웠다.
반찬은 전라도답게, 바닷가답게 소금기가 가득했다. 찌개는 희한하게 국물을 먹으면 돼지 냄새가 안 나고 애호박을 먹으면 돼지 냄새가 났다. 그래서 애호박찌개인데 애호박은 못 먹고 애꿎은 고기와 국물만 먹었다. 짭조름하다는 핑계로 공깃밥을 기어코 바닥냈다.
식당의 벽걸이 TV에서 미국 대선 개표현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런 조그마한 식당에 조밀조밀하게 모인 사람들이 모두 침묵하여 TV를 시청하면 수저를 탁자에 내려놓는 소리, 야채의 질긴 부분을 씹는 소리, 젓가락과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가 낮고 경쾌하게 들린다.
내가 작은 백반집을 사랑하는 이유다.
솔직히 맛도 없고, 그렇게 저렴하지도 않고 (7000원), 자리까지 불편했는데 기분 좋은 점심 식사였다.
바로 서빙해주신 사장님 덕분이다.
따뜻한 물이 담긴 컵과 차가운 물이 담긴 컵, 두 컵을 동시에 주셨다.
비교적 밝은 색을 입은 내게 슬며시 앞치마를 먼저 챙겨주셨다.
계산하고 나가는데 문 밖까지 나오셔서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인사해주셨다.
참 이상하다.
냄새나고, 짜고, 다리 아프고, 죽보다 찌개를 많이 파는 이 죽집을, 나는 다음에 또 가고 싶다.
(대신 애호박찌개 말고 다른 것을 시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