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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 Jan 26. 2024

글이라는 것은 참 어렵다.

   잘 쓴 글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내가 처음 글을 접했던 그날 이후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글쓰기를 처음 접했던 2020년부터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나의 글은 발전과 퇴화를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걷는다. 어쩌면 꾸준히 우상향 중일 수도, 혹은 우하향 중일 수도, 혹은 내가 재능이 아예 없는 것일지도.


사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글을 많이 쓰지도 않는다. 그냥 노력을 안 한다는 거다.


머릿속에서 계속 상상하고 고민하는 것 만으로 나의 글은 바뀌지 않는다. 나의 글을 바꾸려면 독서라는 영양이 공급되고, 그 영양을 글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배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의 소화기관은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 썩은 정신머리를 고치기에는 한참 멀었다. 회사 다닐 때는 회사에서 머리를 너무 써서 글을 못 쓰겠다는 핑계로 글을 외면했었다. 그리고 그게 진짜인 줄로만 착각했었다.


하지만 백수가 된 지금도 나는 글을 쓰지 않았다. 그냥 글이 쓰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조회수나 댓글이 터지지 않으면 글을 쓰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포기한 거다. 살을 빼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살을 빼는 데에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처럼.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그 귀찮고 괴롭고 지루한 시간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글을 외면했다. 처음부터 글을 싫어했던 사람처럼. 나는 그 정도인 인간이다. 무서우면 도망가고 싶어 하고, 피하고 싶어 한다. 내가 글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면 나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되니까.


그런데 어느 날 인터넷에서 글을 하나 봤다. 용기라는 건 그 어떠한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두려운 것을 이겨내는 능력이라는 얘기를. 그것이 내 마음 속을 마지막일지도 모를 용기로 가득 채워주었다.


귀찮고 괴롭고 지루한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겨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하고자 마음먹었다면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자. 그리고 5분이라도 좋으니 글을 쓰자. 매일매일 꾸준히.


한 번만 더 해보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 번만 더 열심히 해보자. 지금의 이 마음을 잊지 말자. 못 쓴 글을 투고했다는 부끄러움을 잊지 말자. 그 글은 내 인생에서 가장 못 쓴 글이 될 것이고, 어제 쓴 글 또한 오늘에서는 못 쓴 글처럼 보일 것이다.


나는 오늘 내 게임 폴더를 텅텅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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