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2

by 세강


나도 이제부터 나에 대해 쓰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써보려고 했더니 뭘 써야 할꼬... 어쩔 수 없군. 쓸말 없는 나에 대해 써야겠다. 나는 대체로 나에 대해 할 말도 쓸 말도 없다. 내가 글에 대해 재미를 추구하고 어쩌고 하기 때문도 있지만 사실 살면서 그다지 통찰과 반성을 반복하지 않아서가 크다. 그냥 낭창하니 대충 산다는 말이다. 얼마나 대충 사냐면 유통기한을 보지 못해 그간 수많은 맛간 우유를 마셨으며 물고기에게 밥을 줄 땐 항상 '장인의 손맛'으로 뿌리곤 한다. 아, 할일 생각났다, 그린달웜 밥줘야 된다(그린달웜은 내가ㅜ키우는 물고기 밥용 지렁이). 아무튼 간에 대충 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막 살았더니 쓸말이 영 없어져버렸다. 나라고 곡절 없었겠냐만은 이제 더이상 내 삶에 아무런 영향도 못 끼치는 과거를 굳이 들춰 쓸 이유가 있나? 최근에 있었던 곡절을 쓰면 되지 않냐?! 라는 생각이 또 번뜩 드는데 아니, 최근 곡절은 현재진행형인데 뭘 또 써야 한단 말인가? 토와 똥은 다르지 않은가? 소화한 과거를 싸면 거름이나 되지 소화 안 된 시간을 토하는 건 그냥 바닥을 더럽히는 토사물일뿐이다. 직히 그렇잖아. 시간에 의미 부여하기란 미래에나 하는 것~!



갑자기 불현듯 떠올랐는데 현재진행형이자 영원불변하는 일이 하나 있다. 으으 지긋지긋해라 그것은 바로 바로 ADHD다. 나는 꽤 고용량의 약을 먹는 adhd 환자(?)다. 환자란 표현은 적절한가 의문이 드는데 약을 먹으니 환자라 해두자. 그런데 나는 안타깝게도 adhd와 관련 된 대부분 증상에 공감을 할 수가 없다. 유년기 자기서사는 몇몇가지 공감되지만 어려움을 겪는 지점이 매우 달라서 공감할 수가 없다. 맥락없는 말과 행동, 주의 집중력 부재 뭐 이런 것들 대부분이 나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다. 고기능 adhd로 지능이 하드캐리 중이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 adhd의 가장 큰 증상은 집중력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각성'이다.


어린 시절 나는 차만 타면 잠드는 애였다. 그래서 내릴 쯤 돼 엄마가 깨우면 울고불고 난리였다. 아침에도 그랬다. 고3 때까지도 아침마다 일어나선 소릴 지르기 일쑤였다. 막연히 짜증나서 그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adhd 증상 중 하나라나? 기상 직후 각성이 안 되다 보니 이상행동(??)을 하는 거란다. 참나... 난 내가 만화책 최유기의 삼장처럼 저혈압 가진 멋쟁인 줄로만 알았는데. 암튼 기상 직후 괴물되기를 포함해 불면증과 노오력을 안하면 멍한 일상 등이 adhd의 영역에 있었다. 그래서 놀랍게도 콘서타를 먹자, 대부분이 불면증에 걸린다는 데 나는 불면증이 나았다! 아침 제시간에 각성하고 밤 되면 졸린 일상이 3n년만에 온 것이다.


얼레리 쓸말이 없네. 진짜 adhd같다

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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