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갈레이라 별장

1. 공명하던 곳

by seg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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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서 만난 세 남성은 세 가지 다른 이유로 세 채의 성에 날 인도했어. 올빼미를 몇 마리 봤는데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올빼미나 부엉이나 아울이라고 통칭하는 것처럼 너희도 그렇느냐 물었더니 거긴 세 가지로 분류한다데. 신트라로 빠지는 기차역은 흥성거렸어. 기다랗고 회푸른 통로를 지나는 걸음들이 너울거렸다. 해저터널에서도 그런 너울거림은 잘 찾아볼 수 없잖아.


신트라 시가지에 들어서니 온기 보드랍게 남은 그 시월, 수다스러운 관광객이 광장에 모여 한여름 같은 열기를 뿜어내더라. 직선으로 걷기가 다 어려울 지경이었지. 인파에 갇혀 끝도 없이 늘어진 성곽의 위용을 감상하다 맥이 탁 풀려버렸다. 날 데려간 이는 내 시선이 멈춘 성의 2층이 언젠가, 그것도 꽤 오래 자신의 작업실이었다고 했어. 뾰족한 지붕 끝을 향해 눈알을 도르르 굴려 올리며 저런 형태의 지붕을 정수리 위에 두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그 몰래 그려봤어.


우리는 머잖아 인기 없는 성인 퀸타 다 헤갈레이라로 피신했는데, 당연히도 비교적 인적이 드물었거든. 노인의 신체처럼 창백하던 성벽 주름 사이사이에 이끼가 제법 노골적으로 피어있었다. 거기 떠돌지 모르는 프리메이슨 회원들의 정령이 이끼로 변모해 내려앉기라도 한 것처럼. 나선형 계단을 오르던 내 밑창이 축축해져갈 때쯤, 그는 쏜살같이 나를 추월하더니 성탑의 정반대편에 멈춰 서. 멀리서 나를 마주 보고 스러져가는 벽돌 위에 입을 맞춘다. 그는 내게 아무런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아. 나는 어쩔 수 없이 메아리처럼 그를 따라 입을 맞춰. 낮지만 두렵게. 그러자 우리 사이의 정원(正圓)이 뒤틀리며 시월의 잠자리 소음 게으름과 사납던 안개 세 차례의 염원 따위 솟구치더니 그만 땅속으로 영영 묻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