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투르크 공원 (1)

2. 분절되던 곳

by seg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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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해서는 반찬 투성을 하지 않아. 입맛이 까탈스럽지 못하고 둔한 편이지. 그런데 토속적인 식성을 언제까지고 누를 수는 없는가 봐. 몇 주 간이나 양고기, 두터운 만두피와 염소 치즈만을 먹다 보니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해졌어. 끼니를 때우는 게 그 존재 목적의 전부인 간이식당은 사절이요, 정식을 후하게 차려 놓고 몇 시간이나 꼭꼭 씹어 먹어도 주인이 눈치 주지 않는 으리으리한 식당에 가고 싶어졌어. 그러면 진득한 여독이 쏴아아 풀릴 것만 같았지.


개발이 한창인 신도시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낯 뜨거움을 너도 알 테지. 이를테면 냉담한 그리드, 아무것도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호화로운 파사드, 세련된 광장, 기가 막히게 잘 닦인 팔 차선 도로. 기야나 입양의 실태를 괘념치 않는 뻔뻔함, 뒷골목에 재갈 물린 무자비함, 그 졸속하기 짝이 없는 태도. 피가 방울방울 맺힌 콘크리트.


내가 묵었던 바쿠의 낡은 숙소는 사실 거의 무너져가고 있었어. 언젠가 토굴에서도 자 본 적이 있었는데 그보다 몇 배나 불안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지. 필로티 구조도 아니었지만 쿵쿵 뛰면 지반이 단번에 꺼질 것 같기도 했다. 건물 전체는 공사 중이어서 언제나 입자 굵은 흙먼지가 날렸어.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웬 남자애들이 깊숙이 파인 사각 공간 안에 들어가 있었어. 기껏해야 걔들, 고등학생이나 되었을까. 매일 아침 흙먼지 잔뜩 뒤집어쓰고 연장을 휘두르며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지. 카레야(koreya), 오늘은 또 어딜 가니? 나보다 외출을 해야 할 건 피가 몇 배나 뜨겁게 끓던 그들이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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