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오늘이 Feb 25. 2024

고창 가는 길

<말놀이 에세이> 비야 비야




고창 가는 길. 비가 내린다.

보슬부슬 내린다.

차 안에서 비 부르는 말놀이를 한다.



"비야 비야 오너라

 설장구 쳐주마

 비야 비야 오너라

 설장구 쳐주마"



굵은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린다.

마치 비 부르는 주술사가 된듯하다.

우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며 더 크게 노래한다.


운전하던 신랑의 한마디.

“당신이 비 부르는 노래를 하니까 비가 더 많이 오잖아.”

세찬 비에 와이퍼만 왔다 갔다 바쁘다.

“걱정 마. 비 오지 마라 노래 부르면 되지.”



"비야 비야 오지 마라

 참깨 줄게 오지 마라

 들깨 줄게 오지 마라

 장독 덮어라 아이야"



비가 조금 잦아든다.

“어때. 나 대단하지? 난 비와 통하는 여자라고.”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 비오라고 했다,

비 오지 마라 했다

왔다 갔다 노래 부르니 비도 왔다리 갔다리 한다.


내소사 들어가는 전나무 길

비가 내리다, 잠깐 햇볕이 났다가

안개비가 내린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꽃살문이 아름답다는 내소사.

대웅전 처맛가에서 하염없이 비를 본다.

안개가 움직이듯 비가 바람에 나부낀다.



"비야 비야 오너라

 설장구 쳐주마

 비야 비야 오너라

 설장구 쳐주마"



가느다란 빗줄기가 굵어진다

설장구 쳐준다니 한바탕 내리려나보다.

시원한 장대비가 보고 싶어

비 부르는 마법의 노래를 계속 부른다.

옆에 있던 신랑도

비 노래를 따라 부른다.






단 둘이 있는 차 안.

달리는 차 안에서 비노래를 크게 부른다.

내가 한 소절을 부르니 20대 때,

장구채 잡아 봤던 신랑이 핸들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춘다.



"비야 비야 오너라 설장구 쳐주마

  덩더더더 쿵따쿵 쿵따쿵 덩따쿵 덩따쿵 덩따쿵타 쿵따쿵"


 "비야 비야 오너라 설장구 쳐주마

  덩더덕 쿵따쿵 덩따쿵 덩따쿵 덩따따 쿵따쿵

  덩따따따 쿵따쿵 쿵따쿵 덩따쿵따 쿵따쿵"


 

말놀이는 혼자 놀다, 둘이 놀고

둘이 놀다 어느새 다 같이 노는 마법 같은 놀이다.

함께 자연과 교감하는 말놀이.


언제 스며들었는지 신랑은 나보다 더 흥겹게 논다.

역시 말놀이는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


고창 가는 길

비 노래 부르며 잘 놀았다.

작가의 이전글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