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시작이고, 운영은 전혀 다른 싸움이다
기술이 있는 디자이너가
창업을 하면
잘될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다.
잘 자르니까,
머리를 잘 만드니까
손님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하지만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술은
손님을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손님을 오게 만드는 힘은
아니다.
오게 만드는 건
노출이고,
기억이고,
선택의 이유다.
기술은
들어온 뒤에야
비로소 작동한다.
그래서
기술 있는 디자이너가
가게를 열었는데도
텅 빈 시간이 생긴다.
창업을 하면
디자이너는
갑자기
사장이 된다.
그리고
사장의 일은
가위를 드는 일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가격을 정하고,
시간을 나누고,
손님을 선택하고,
거절을 감당한다.
이건
기술과 전혀 다른 영역이다.
직원을 둔다면
이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직원을 다룬다는 건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책임지는 일이다.
기분이 상한 날의 태도,
지각과 결근,
실력보다 먼저 무너지는 마음.
이걸
관리할 수 있는 인성이 없으면
가게는
기술과 상관없이 흔들린다.
기술 있는 디자이너일수록
이 지점에서
더 힘들어한다.
‘왜 이렇게 못하지’라는 기준으로
사람을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장은
자기 기준으로
사람을 재단하면 안 된다.
각자의 속도를 이해하고,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끌어내야 한다.
이건
연습으로 생기지 않는다.
운영과 사업은
기술의 연장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재능이다.
손님을 상대하던 사람과,
직원을 상대하는 사람은
써야 할 언어도,
감정도 다르다.
그래서
기술은 뛰어난데
사장으로는
외로운 사람들이 생긴다.
잘 되는 가게는
기술로 시작하지만,
사람으로 유지된다.
손님도,
직원도
결국은 사람이다.
기술만으로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
그래서
기술 있는 디자이너의 창업은
더 신중해야 한다.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같은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못하는 걸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