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일. 세 번째 직업을 갖다.

눈 떠보니 내가 카페 사장!?

by 세희호

74일.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지금의 카페를 오픈하기까지 걸린 기간.

74일 동안 나는 대책 없는 백수였다가 카페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사장이었다가 개인사업자가 되었다.


나름 애정을 가지고 다니던 교육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었고, 사실 엄청난 준비나 계획 같은 건 없었다.

내 또래의 퇴사자들이 그렇듯 퇴사를 핑계로 열흘 제주 여행을 다녀오는 게 내 계획의 전부였다.

메신저나 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당장 다음의 계획조차 없는 여행은 너무 자유로웠고 편안했다.


물론 문득문득 현실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같은 것들이 떠오를 때도 있었다.

'나 이제 뭐해먹고살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대체 뭐지?'


카페 사장은 막연히 중년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 중 하나였다.

내 공간을 직접 꾸며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나누는 것.

이 팍팍한 사회에서 젊은 나이에 자영업, 그것도 레드오션인 카페 창업은 어른들의 걱정과 잔소리, 불안정한 직업이라는 사회적 시선 등을 견뎌야 하기에, 그럴듯한 직업을 거쳤을 중년의 나에게 미뤄둔 로망 같은 거였다.


그런데, 여행 내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편히 찾을 수 있고 요즘 감성의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가장 나 다운 공간의 카페를 만드는 것인데,

이건 중년의 내가 아닌 가장 젊고 변화에 민감하고 카페를 좋아하는 지금 20대의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중년의 감각으로는 내가 꿈꾸는 카페를 만들 수 없을 텐데.


뭐 이런 사고의 흐름으로 갑자기 카페를 차리겠다는 막연한 로망이 점점 현재의 목표와 확신이 되었고,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무작정 혼자 부동산에 들어가 나름 이런저런 정보를 여쭤본 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카페 사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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