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문명, 환상의 도시
사당역 한 카페에서 또 다른 날의 그녀와 만났다.
"도시는.. 놀이동산이야"
"응? 왜 놀이동산?"
"주변을 봐봐. 아스팔트가 쫙 깔려있지? 시멘트랑 도로랑~"
"응응"
"수도 시설도 있고~ 가스 시설도 있고~ 은행도 있고~"
"응응"
"그리고 막 밤에도 반짝반짝이는게, 여느 놀이동산이랑 다를 바 없는 것 같아. 스케일 조금 더 클 뿐?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무언가를 이쁘게 포장해 놓았어. 상상력에서 기반한 계획에 따라 여기저기 뚝딱뚝딱 말이지"
"응응 야경도 이쁘고~ 참 신기해"
"근데, 놀이동산 축제는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다? 탈 쓰며 노래하고 춤 춘 사람들은 때가 되면 탈을 벗고 집에 가야 할 것이고 기구들도 언젠가는 멈춰야 하지"
"응응"
"근데 도시라는 놀이동산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마치 구성원들이 이 환상이 계속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마냥.. 아니면 애초에 포장지 위에서 태어나 무엇이 환상이고 무엇이 환상이 아닌지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그래서 불과 포장 아스팔트 몇 센티미터 아래에 굵은 흙이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잊고 있어. 잊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부터 몰랐던 것일 수도 있고.."
"오호!.. 그럼 우리가 이렇게 해보는거야"
"뭘?"
"같이 곡괭이로 아스팔트를 깨부셔보는거야!"
"ㅋㅋㅋㅋㅋㅋ"
.
.
포장지는 언젠가는 찢어지게 되어 있다.
그 밑의 날 것, 있는 그대로의 것을 직면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