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만 우두커니 서 있는 적막한 새벽. 이리저리 주황색, 흰색으로 색칠되어 있는 까만바닥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니 한 덩치 큰 두 남정네가 도로를 두고 널찍히 떨어져서 서로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다.
어눌어눌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모습을 유심히 보니, 둘 다 걸쭉하게 취해있는 것. 그렇다고 싸우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이 까만 밤에 둘이서 뭘 그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인지..
가만히 내용을 들어보니 일터에서 만나 친구가 된 사이. 한 놈이 직장을 그만두고 타지로 이동을 하는 모양이다.
"야!!! 편의점 가서 맥주 한 잔 더 하자고~!!"
"지금 가봐야 돼에에에에! 너무 늦었어어!"
"아니니이이이이 편의점 가서 맥주를 하자고오오오오!!!"
"잘 살고옵! 잘 지내고!! 인연이 되면 언젠가는 만날 수도 있을거야!!!!"
"아니이이이!! 편의점 가서 맥주를 해야한다고오오오오!"
"잘 살고있어어어어!!! 나 간다아아!!"
갈 거면 그냥 가도 될 것을.. 가야한다는 놈도 가로등 붙잡고 정작 가지는 않고, 가야한다고 다른 놈 쪽으로 소리를 빽빽 지르는 것을 보니.. 그 모습이 참 역설적이었다.
"나 이제제에에 진짜 간다아아아! 인연이 되면 볼 수 있을거야!!!"
그러면서 가야한다는 놈이 이제 진짜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하는데,
"야야!!! 야야야!! 어디가아아!!!!"
"인연이 된다면 볼 수 있을거야!!! 잘 살고!!"
"뭔 인연이야!!!.. 너한테 카톡하면 되지!!"
.
.
앗차...
카톡...
이별이 없어진 곳.
이별이 없으니, 만남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