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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리스 부인 Jun 01. 2024

강아지와 알레르기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 고민해 봤을 문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알레르기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알레르기의 원인이 음식 때문인지 깔고 있는 방석과 같은 침구류 때문인지 아니면 새집 증후군 때문인지는 그 아무도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 강아지 살랑이는 그 중에서도 유독 알레르기에 취약한 종인 시츄다.

살랑이는 3살이 되었을 때부터 생겨난 알레르기로 크게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종마다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증상이 제각각이다. 살랑이는 주로 귀가 벌겋게 되고 귀에 귀지 같은 이물질이 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시츄는 유독 귀병에 취약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를 열어 바람이 통하게 해주곤 한다.

일단 동물병원에 내원해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으니 가라앉기는 했지만 몸에도 좋지 않은 약과 주사를 계속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물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일단 알레르기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음식인 만큼 병원에서 주는 처방식 사료를 받아와 급여했다.

(사실 그 즈음 마트에서 산 소시지 같은 간식을 너무 과도하게 주곤 했다.)


수의사가 권한 사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별도의 약을 먹지 않아도 다시 알레르기가 재발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맛이 없었던 것이다.

소시지와 같이 자극적인 간식에 중독된 강아지에게 무미건조한 처방식 사료는 음식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식탐이 강한 시츄가 사료를 급여하여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일이 일어났다.

맛없는 식사를 거부하고 투쟁하는 살랑이

이틀이 지나자 간신히 먹기는 했지만 그 표정을 보면 세상 맛없는 식사를 하는 - 마치 입원한 환자가 간이 되지 않은 병원밥을 먹는 듯한 - 표정을 짓곤 했다.


강아지도 사람과 비슷하다.


청소년기에 알레르기 비염을 달고 살던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알레르기가 싹 없어진 것처럼 강아지의 알레르기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때가 온다.


살랑이는 대략 여섯 살을 전후로 알레르기가 많이 가라앉았던 것 같다. 물론 그간 병원에서 추천한 처방식 사료와 다른 음식을 줄 때도 반드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고 급여하곤 했다.

그 후 조금씩 안전한 음식 위주로 식단을 다양화 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을 절제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너무 많이 주면 안되듯이 철저하게 정량만 급여했다. (살랑이가 가장 좋아하는 삶은 계란도 하루 반개 이상은 급여하지 않는다.)

살랑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삶은 달걀, 먹고나면 항상 입맛을 다시며 맛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사람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사람들이 비만이 되고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것의 원인이 과식과 가공식품과 같은 잘못된 식습관에 있는 것처럼 요즘 반려견의 여러 질병도 따지고 보면 과식과  무분별한 간식 등 잘못된 식습관에 있을 수도 있다.


자식을 사랑하면 절제를 가르치라 한 것처럼 아끼는 반려견에게 절제있는 식습관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힘들지만 식사 시간에 식탁 밑에서 간절하게 쳐다보는 반려견의 눈빛을 외면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식사시간만 되면 식탁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살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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