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단골집. 아삐에디.
모처럼 쉬는날 6평조차 되지 않는 작은 방에 돈을 최대한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있는 힘껏 굶주려본다.
외식비를 줄이는것이 나의 유일한 절약 방법이다.(외식비가 생활비의 7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굶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걸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서서히 느껴지며 깨닫는다.
도저히 못 참겠다.
며칠전부터 파스타가 너무 먹고 싶었다.
여자친구가 없으니 파스타를 먹을일이 없다.
그렇다고 남자인 친구들과 파스타를? 그들도 싫어할것이다.
급하게 집근처 파스타집을 찾아보던중 유난히 평점이 높은곳이 보인다.
걸어서 15분 거리다. 충분히 갈만하다.
초행길이다. 내가 살던 동네에 이런 경사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르막 계단이 있었고 그걸 넘어 걸어가야 그 파스타집이 있었다.
아띠에디? 아삐에디? 이름이 특이한데 외우기 헷갈린다.
지도를 찾아보니 한성대 근처이다. 그 파스타 집을 가는 길에 이따가 밥먹고 갈만한 멋진 카페도 찾았다.
초청춘. 이름도 특이한데 가게 외관이 더 특이하다.
외관 투명 통유리창이 파도를 치듯 휘어져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스타집이 바로 나온다.
파스타집을 도착하니 주인의 열정이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셰프님과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 두명이 있다.
셰프님은 흰 셰프복에 흰머리 지긋하게 단정한 이태리느낌이 나는 한국인이었고, 손님으로 보이는 두분은 아시는분 같았다.
아무도 없었고 크림소스 베이스의 파스타를 시켰다.
셰프님이 조그만 주방에서 요리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게 안의 분위기를 느껴본다.
어떻게 이런 조그만 식당에 강렬한 이태리 느낌이 들까?
실제로 나는 이탈리아는 한번 가봤지만 뭐 안가본 사람도 가본것처럼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정말 공간의 분위기와 셰프님의 이미지가 너무 잘 들어맞는다.
파스타는 대체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나는 그래도 고생해서 걸어왔기 때문에 싼걸 먹기엔 아쉬워서 좀 비싼걸 시켰지만 후회는 없다. 유화가 너무 잘되었고 면을 빨아들일때 소스가 입 안으로 딸려 들어오는 정도가 너무 완벽했다.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또 하나 시킬까 하다가 좀 있으면 브레이크 타임이라 고민을 하던중.
벽 뒤로 셰프님과 손님이 얘기하는게 들린다.
"손님들이 피자를 자꾸 원하니까 일단 만들어 봤어요. 먹어봐요."
그들이 피자를 테이스팅을 하고 있다는걸 엿들어서 알게되었다.
사실 배가 좀 안차서 아쉬웠는데 뭔가 지금 딱 계산하러 나가면 얻어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이 딱 맞아 떨어졌다.
계산을 하면서 나도 요리를 한다고 말하자 셰프님이 바로 피자 두종류를 한조각씩 맛보라고 건네주신다.
'아싸! 타이밍 좋았고'
맛을 보니 약간 심심한 느낌인데 이 가게와는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약간의 이태리 가정식 느낌의 간이 그리 세지는 않고 식감과 향을 주는 그런 피자였다.
나는 이태리 음식을 잘 모르니 일단 맛있다고 했다. 실제로도 식감과 향이 좋았다.
셰프님께 여쭤보니 이태리에서 요리를 배우셨다고 한다.
정말 이태리스러운것만 하고 싶다고 하신다. 셰프님이 혼자 운영하느라 많은 메뉴를 만들지 않는다.
파스타와 리조또 밖에 없지만 이 조그만 가게를 충분히 혼자 멋지게 통제한다고 느껴진다.
옆에 앉아있던 고상한 느낌을 풍기는 멋진 중년 여성분이 나에게 말을 건다.
"크림파스타 드셨네요? 취향이 여성분들이 좋아하는건데"
"아마 여기 자주오게 될거에요. 정말 맛있거든요"
"어떤 여중생이 자주 오는데 그 친구는 매주 왔으니까 한 40번 정도 왔을걸요?"
얘기를 들어보니 더욱더 직원인지 손님인지 잘 모르겠다.
여기는 정말 단골 장사를 하고있다는게 느껴진다.
매주마다 새로 나오는 파스타를 먹으러 오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