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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현 Oct 29. 2020

겁쟁이 엄마의 100일 자동차 여행기 #38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Day 38, 7월 19일, 히보빌레 (Ribeauvillé)




아늑한 숙소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비록 하룻밤 머물다 가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다정하고 따뜻한 집이다.


와인 가도의 또 다른 마을인 히보빌레에 들렀다. 어제 들렀던 에귀세임과 비슷한 마을이다.  마을에서 올려다보면 산 중턱에 중세 성(Château du Giersberg)의 폐허가 있다.




마을 중앙의 빌르 가든 (Jardin de ville)에는 마을의 대표 상징물이라 할만한 시계탑이 있다.






성당(Église Saint-Grégoire) 에도 들렀는데, 마을의 크기에 비하면 꽤 큰 성당이었다. 제단 중앙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크고 아름다웠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을 그린 대형 벽화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그렸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쪽 벽에는 올해 결혼한 커플들의 사진들과 이름, 결혼한 날짜를 적어둔 리스트가 붙어 있었다. 아마 이 마을의 사람들은 서로의 사정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자의 반 타의 반 항상 익명성을 추구해온 나는 종종 마을 공동체가 활발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각 커플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좋다. 부디 그대들은 백년회로들 하시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성당 공고판에 붙은 올해에 결혼하는 커플의 명단과 사진



인형으로 예쁘게 장식한 건물들, 귀여운 장식품을 파는 상점들, 식당을 돌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 집집마다 예쁘게 장식한 꽃장식들이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은 마을이었다. 그리고 골목에서 만난 까만 고양이에게 통조림 조공을 바쳤다.




식당 앞에서 연주하고 팁을 기대하는 연주자들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는 분위기



시계탑 근처의 식당에서 제대로 된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맛볼 수 있었다. 작은 사기그릇에 진한 육수와 캐러멜처럼 흐믈흐믈해진 달콤한 양파 수프, 그 위에 부드럽게 녹아 있는 치즈까지 완벽하다.  프렌치 어니언 수프는 마음까지 달콤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배를 보여주는 동네 냥이 이곳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친절하다는 증거 이리라.





가까운 곳에 La Montagne des Singes라는 동물공원이 있어서 원래 일정에는 없지만 들러보기로 한다. 이곳에서는 우리에 갇힌 원숭이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원숭이 무리를 볼 수 있다.



원숭이와는 최소한 1미터의 거리를 둬야 하며, 만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입장할 때 한주먹 정도의 팝콘을 주는데 원숭이에게 줄 먹이이다.


녀석들에게는 팝콘이 별미인가 보다.


숲 속에 들어가니 한 마리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에 갇힌 원숭이가 아니라서 마음이 편하다. 손을 내미는 원숭이에게 팝콘을 건네주었다. 맛있게 먹는다.


어린 원숭이를 등에 업고 가는 엄마 원숭이, 나무 벤치에 앉아서 졸고 있는 원숭이,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원숭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아이들만큼 나도 신이 났다. 아이들은 원숭이들과 같은 벤치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어떤 용감한 녀석이 아들의 손을 잡자 사육사가 나타나서 떼어 놓았다.


무얼 보고 있니?


상추 한 덩이를 뺏어와서 혼자만 먹는 중


싱싱한 상추와 당근 등의 야채를 나눠주는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녀석들이 사육사 주변에 몰려들었다. 그중 또 용감한 녀석이 상추를 통째로 들고 달아났다. 벤치에 앉아서 독식한다. 연한 이파리만 골라서 야무지게 뜯어먹는다. 원숭이들과 가까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숲과 원숭이와 아이들은 하나로 연결된 것 같다. 그들이 서로를 경계하지 않고 교감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이미 완벽한 것처럼 느껴졌다.


동물과의 스킨십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오늘 밤부터 3박 4일을 머물게 될 스트라스부르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갔다. 반 지하에 있는 숙소이지만, 현대적으로 꾸며지고 매우 깨끗한 곳이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구비되어 있고, 다양한 관광 안내 소책자를 꼼꼼하게 구비해둔 주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프랑스의 에어비앤비는 대부분 예약 당시 보았던 사진과 설명이 그대로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숙소 역시 기대 이상으로 잘 준비된 숙소여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지고 깨끗한 숙소
정리를 도와주는 딸


 오는 길에서 마트에서 사 온 초밥과 연어덮밥과 훈제 닭까지 더해져 풍성한 저녁 식탁이 되었다. 큰 지도를 펼쳐놓고 여태까지의 여정을 다 함께 되짚어보았다. 어느덧 여행이 중반으로 달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다. 다시 한번 드는 생각이 이렇게 공들여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어떤 목표라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성실하게 움직이고 이 좋은 기회를 더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 가짐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내가, 또 잘 따라와 주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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