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텍스트 리터러시와 UX Writing
쉬운 컨텐츠가 좋아
정말로 영상의 시대가 왔습니다. 유투브와 틱톡, 넷플릭스 등 가장 많이 이야기 되고 있는 컨텐츠 플랫폼들은 모두 영상입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이용하는 콘텐츠는 동영상이 91.5%로 가장 높았고, 텍스트 콘텐츠(66.0%), 오디오 콘텐츠(65.4%), 만화 콘텐츠(58.6%) 순이었다. 1순위 응답률도 동영상이 47.5%로 가장 높았다. 텍스트 콘텐츠는 19.6%, 만화 콘텐츠는 17.5%, 오디오 콘텐츠는 15.0%였다."
영상/오디오는 이해를 돕는데에 뛰어난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명을 통해, 시각자료를 더해 기존 지식을 풀어냅니다.고등학교 때 많이 들었던 인강을 떠올리면, 공부해야 할 교과서를 이해하기 위해 선생님의 쉽게 풀어쓴 설명을 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영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쉽기 때문입니다. 텍스트 만으로 충분하게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까지 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텍스트는 이제 사라질까요? 막상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텍스트 콘텐츠도 변화를 하게될 것 같습니다.
출처:
https://www.cmn.co.kr/mobile/sub_view.asp?news_idx=31141
담는 그릇이 바뀌었다
역사 수업 시간을 돌이켜보면 문명의 발달은 결국 지식의 전달과 전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거북이 등딱지에서 시작해 파피루스를 거쳐 종이가 탄생했고, 가장 최근까지도 종이를 통해 지식이 오갔습니다. 사실 PC의 발명에도 여전히 종이가 한동안 우세했는데, PC는 들고 다니면서 볼 수도 없고 작정하고 자리에 앉아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종이를 대체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아이폰의 등장 후,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며 이젠 들고다니면서 (portable)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기 때문에 종이보다 우수한 접근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강력했던 종이의 영향력을 단번에 추월하며 모바일 디바이스는 이제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식 정보의 창이 되었습니다.
"텍스트 콘텐츠는 2명중 1명이 디지털 텍스트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텍스트 선호도는 전체 51.1%를 차지했고 오프라인은 18.5%였다. 특히 중고생들의 디지털 텍스트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텍스트 콘텐츠는 대부분 무료로 이용하는 비중(87.9%)이 높았다."
우리는 디지털 프로덕트 내의 텍스트를 만들 때 '읽기 쉬운가?'를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이해가 쉬운 영상에 점점 익숙해지면, 텍스트에 대해도 그러한 기대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더하여,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하는 책(종이)와 달리 생산자와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다양한 지적 수준을 고려해야하기도 합니다. 메인 타깃층을 2030으로 설정하더라도, 때에 따라 12살의 초등학생 혹은 70대의 노신사가 사용하기에 힘들지 않아야합니다.
그동안 디자이너들은
종이에서 디지털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글이 잘 읽히도록 디자이너들은 꽤 여러 노력을 해왔습니다. 먼저 모바일 디바이스 환경을 보면 이렇습니다.
1. 대체로 손바닥 크기이고,
2. 발광체이고,
3. 다양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
4. 화면 내에선 무엇이든 할수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기존 종이문서보다 비교적 작은 공간 내에서 (특히 width값의 부분) 답답함을 줄이기 위해 여백을 남기면서도 한 문단의 너비가 너무 짧아지지 않도록, 또 폰트사이즈가 너무 작지 않도록, 줄 간격이 너무 좁지 않도록 적당함을 찾아나갔습니다. 또 발광체이기 때문에 눈에 큰 부담을 주는 (흔히말하는 눈갱) 강렬한 빨강 등을 배경색으로 사용하지 않고, 최근에는 다크모드도 앞다투어 선보이며 시각적인 부담을 줄여나갔습니다. 더하여 배경색과 글자색의 대비(contrast)가 적당히 유지되어 글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중요도에 따라 굵기나 색을 조절하며 시각적 위계 구조를 만듭니다.
하지만 결국 디자이너가 해왔던 것은 이미 쓰여진 글을 포장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UX writing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디자이너들도 적극적으로 Writing에 개입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읽기 쉬운 글이 되려면 결국 본질적으로 글이 쉬워져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쉬운 글은 어떻게 쓸까?
해외에는 UX Writer라는 직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구글 같은 대기업에서는 여러명의 UX Writer들이 전문적으로 리터러시를 개선할 뿐 아니라 브랜딩의 목적에서도 글과 문구를 개선시키고 있습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2017년에 구글에서 개최한 컨퍼런스 영상의 한 화면입니다.
저는 이 말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해당 강연은 2017년에 구글에서 개최한 How words can make your product stand out의 화면입니다. 현재에도 UX Writing의 Principle로 사용되고 있는 훌륭한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서론부분의 이 "How do you make your software sound human?"이라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UX Writing 은 Text로 소통하지만 말하다(Sound)라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엇이든 말로 이야기를 하려하면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구어체, 문어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그동안 말하는 언어와 쓰는(적는)언어를 조금 다르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언어의 목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쓰여진 언어는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하는 역할에 그 목적을 두고 단어에 의미를 압축하거나 요약하여 적습니다. 반면 말하는 언어는 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길어지더라도 의미를 풀어서 말합니다.
결국 디지털 환경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텍스트(쓰여진 언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유저의 이해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말하는 언어의 목적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쉬운 글을 쓰기 위해선 말하는 언어의 특징을 가져가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의미가 압축된 단어를 풀어서 사용해보기
어려운 글이 어떤 것이 있을까 싶다가 수능지문의 일부를 가져와 봤습니다.(여전히 어렵군요..) 단기, 급등락, 도모, 수행 등 한자어로 이루어져있거나 의미가 함축적인 단어를 설명하듯 풀어 적어보았습니다. 오르다, 내리다, 돕다 등의 비교적 쉽게 연상이 가능한 단어들로 교체하면서 조금 더 직관적으로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합니다.
2. 사람처럼 말해보기
우리는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처럼 말해보기라는 소제목을 보면 어이없을 수도 있겠지만, 프로덕트를 만들다보면 스스로 프로덕트에 빙의되어 딱딱한 말을 하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뒤에 삐빅-을 붙여보았을때 자연스럽다면 기계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삐빅-) 사람처럼 말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인물을 하나 만들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당근마켓에는 당근이라는 캐릭터가 유저에게 상냥하고 아기자기한 말투로 말을 겁니다. 뱅크샐러드는 금융비서가, 퍼블리는 퍼블리 팀원 A가 개인적으로(personally)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람처럼 말하려고 하면 약간의 감정이 섞기기도 하고(기쁜 감정, 공감의 감정) 조금 더 친절한 어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습니다. 친절한 어투와 단어는 서비스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동시에 읽고 싶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 Alan Cooper, Software Designer and Programmer
3.부드럽게 하지만 명쾌하게
저희 서비스에서 개선하고자 했던 메세지입니다. 2차 결제일이 있고, 연체될 시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세지입니다. 저는 이 alert에는 2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1. 불친절하다. (바꿔말하면 무섭다. 산와머니같다)
2. 명쾌하지 못하다.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굳이 팝업으로 띄우면서까지 유저에게 이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은 연체를 방지하고, 혹시라도 연체될 시 추가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현재 alert는 위협적이기만 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원들의 의견에서는 대체로 1. 불친절하다에 대하여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부드러운 어투를 고려하니 '불이익'이라는 부정적인 단어 대신 '제한이 갈 수 있다' 라는 대안적인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2. 명쾌하지 못하다에 대하여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명쾌하지 못한 (마음이 어려워진다, 제한이 생긴다) 설명이 되었습니다.
명쾌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면 결코 친절한 메세지가 될 수 없습니다. 모호하다는 것은 결국 유저를 헷갈리게 하고 혼돈에 빠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의견을 수렴한 뒤 조금 더 명쾌한(clear) 메세지로 수정했습니다.
'연체'라는 부담스러운 단어 대신 '약속한 일정을 지키지 않으면' 이라는 구체적이면서 부드러운 설명을 쓰되, '추가 수수료' 라는 구체적인 불이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로서 유저는 부담스러운 경고 메세지라고 받아들이기 보단 리마인드 알림 정도의 느낌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말을 사용한다고 그것이 꼭 이해하기 쉬운 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Good UX writing is not a science.
앞서 언급했던 구글 컨퍼런스에서도 UX Writing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규칙에 부합하는 정확한 정답이 있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구글에서 제시한 UX Writing Principle은 크게 세가지 입니다.
Clear
Concise
Useful
하지만 명확하게(clear) 말하려면 문장이 길어질 수 있고, 간결하게 말하려면(concise) 문장이 짧아지지만 덜 친절해질 수 있고, 유용하기 위해선 더 길고 더 많은 기능을 더하여야하기도 합니다. 이 셋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지며 브랜드의 목소리(Brand Voice)를 유지할 때 UX Writing은 그 빛을 발한다고 말합니다.
또 각 언어의 특성에 따라 고려해야할 부분도 분명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영어는 존칭이나 반말의 구분이 없지만 한국어는 존재하고, 한국어는 -해요, -합니다, -이다, 등 다양한 어미와 그에 따른 뉘앙스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에 대한 고려도 분명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또 좋은 UX writing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러한 고민들은 결국 사용자 경험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
<구글 컨퍼런스 내용을 단방에 정리해둔 좋은 글>
https://uxplanet.org/ux-writing-how-to-do-it-like-google-with-this-powerful-checklist-e263cc37f5f1
<UX writing과 디자인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팁들>
https://blog.tubikstudio.com/user-experience-tips-ux-writing/
<Low literacy를 모두 고려할 수있는 쉬운 글 쓰기>
https://www.usertesting.com/blog/low-literacy
*이 글은 박진규 어드바이저님의 좋은 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