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계속 들어왔던, 횟수로만 9천 9백 9십번 이상 노출되었던 얘기 중 하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근데 난 예나 지금이나 이 말에 거부감이 있다. 늦게 일어나면 게으른 사람이고 게으른 사람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여서 뭔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 나는 싫다. ‘늦게 일어나는 나는 루저인가?’란 자괴감을 느끼게 해서 싫다. 이른 기상파에 합류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뒤쳐진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이 싫다. 난 늦잠을 실컷 자고 눈이 자연스럽게 떠질 때 일어나고 싶은데 학교가, 그리고 회사가 그렇게 두질 않아서 싫다. 게다가 사회 분위기도 일찍 일어나라고 하는 것 같아서 싫다. 못 믿겠으면 서점에 한 번 가보시라. 잠 자는 것과 관련된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일찍 일어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미라클 모닝', '모닝 루틴',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아침형 인간', '아침 5시의 기적'…
안,
타,
깝,
게,
도
여기까진 푸념이고 가족, 친구, 고객과 더불어 살기 위해 늦은 기상은 체념하기로 했다. 기왕 포기한 것, 일어날 때 조금이라도 쉽게 일어나잔 생각으로 아침형 인간들에게 노하우를 물어봤다.
1.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컵 이상 마셔봐” ’-> 이젠 머리맡에 주전자와 사발을 두고 잔다. 함정은 일어난 후에 물을 마시기 싫다는 생각을 떨쳐내는 의지가 또 필요하다는 점이다.
2. “알람을 많이 맞춰 놔봐” -> 5개 이상의 알람을 맞춰 놓았다. 스마트폰 1의 알람, 버릴뻔한 서브폰의 알람, 탁상시계 1의 알람, 탁상시계 2의 알람, 탁상시계 3의 알람
3. “알람을 침대에서 멀리 둬봐” ->앞의 알람 5개 중 4개는 모두 자는 방 밖에 멀리 두었다.
4. “App, 헬스, 학원 등 돈을 걸어봐” -> 습관 바꿔주는 App을 설치한 후 돈을 입금했다. 제 시간에 못 일어나면 입금한 돈을 못 돌려받는다.
5. “제일 하고 싶은 것을 아침에 해봐” -> 이게 가장 어렵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다시 잠드는 것인데… 그래서 2순위를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