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어두운 방 안, 콘센트에 꽂혀 있는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늘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삶에도 이런 충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도 고속충전기가 있었다면 지쳐서 포기해 버린 일도 없었을 텐데.
내가 살아낸 하루는 마치 방전 직전의 배터리 같았어.
방전된 스마트폰의 화면이 어두워지고 그나마 남은 전력도 아끼려 화면 밝기를 낮추듯,
나도 나의 표정을 숨겨야 했어. 감정에 더는 에너지가 쓰이지 않도록.
텅 빈 상태로 깜박이며 겨우 버티다가 마지막 순간을 간신히 넘기곤 했었어.
그렇게 밤이 오면 서둘러 나만을 위한 충전을 시작해야 했지.
내일도 남들처럼 걷고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나를 갉아먹는 오래된 우울에 좀 먹혀도 버틸 만큼 말이야.
이불속에서 웅크리고,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우면 세상에 나 홀로 있는 고요함이 느껴져.
그래서 난 새벽이 아까워.
언제 잠들지 몰라 불안해하면서도, 나를 온전히 맡기고 쉴 수 있으니까.
낮 동안 쏟아낸 마음의 조각들이 밤 사이에 다시 모여든다.
부서졌던 단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어질러졌던 감정은 정리되어 나를 기다리지.
누군가 날 굳이 응원하지도 않고, 거창한 해결책이 눈앞에 펼쳐지지도 않아.
그저 내가 나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는 것.
고장 난 마음을 내려놓고, ‘그만하고 싶어’라는 말을 속으로 꾹 눌러 내리는 것.
젖은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고요히 잠 속으로 스며드는 것.
그렇게 내가 하루를 충전하는 건 묵묵하고 더딘 일이야.
기다림은 내 예상보다 늘 길었고, 때로는 그 느림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 조급한 마음을 달래야 했었지.
하지만 이건 나를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회복시키는 시간이기도 해.
이불속의 체온, 작은 숨소리, 손끝에 남은 오늘의 흔적. 그 모든 게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해.
붙잡지 못한 온기도, 잊지 못한 벅찬 마음도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조용한 힘이었어.
그래서 나는 기다리는 거야.
아주 작지만 분명히 다정한 변화가 내게 올 것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