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흔의 기록을 시작한 이유
82년생.
마흔 셋과 넷 그 어딘가를 지나가고 있다. 언제 마흔이 되었는지 사실 지금도 정확히 모르겠다. 마흔은 당혹감을 자주 안겨주는 그런 시간인 것 같다.
우선, 시간이 무서울 정도로 빨리 지나간다. 30대에도 시간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 생각했는데, 40대의 체감 속도는 훨씬 더 휙휙 지나간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딱 그 느낌이다.
마흔이 된 줄 겨우겨우 인지하고 음미 좀 해볼까 하는데, 왠지 눈 한 번 꿈뻑 하고 나면 50살 코앞에 서 있을 것 같은 무서움에 이렇게 허둥지둥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있었는데, 없습니다.
꼭 내가 느끼는 마흔의 시간이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를 꼽으라면 휴학을 내고 1년간 영국 런던에 다녀왔던 2002년일 것이다. 영국을 다녀온 그 일이 작년의 일이 되었다가, 다시 재작년, 5년 전, 그리고 10년 전... 점점 그 시점으로부터 멀어지는 나를 자각하다가도 그래도 10년까지는 나름 괜찮았다. 그런데 이젠 그때가 23년 전이란다.
23년!!!
믿을 수 없다! 23년이면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완전한 성인이 되어 대학교를 졸업할 그런 시간 아닌가! 언제 그 세월이 흘렀단 거지?
요즘은 유튜브에서 옛날 드라마를 다시 올려주는 채널이 많아져서 종종 예전에 좋아했던 드라마를 다시 보기도 한다. 특히 대히트 쳤던 대하드라마 '선덕여왕'은 계속해서 콘텐츠가 올라온다. 문득, 선덕여왕을 재미있게 다시 시청하면서 이 드라마가 16년 전 드라마라는 것을 깨달으면 다시 당혹감이 몰려온다.
16년... 그 시간동안 주인공 이요원, 김남길, 고현정 등은 여러 작품을 해내고 수상도 하고 사업도 하고 참 바쁘게 살아온 것 같은데, 난 그 시간동안 대체 뭘 한 건지 도무지 모르겠을 때는 정말 당혹스럽다.
이렇게 마흔은 내게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당혹감을 자주 안겨준다. 마치 선로에 멈춰 서 있는 내 양옆으로 열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마냥, 나 빼고 세상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몰래카메라 같다고 할까.
내가 마흔의 기록을 시작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