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중 눈물이 왈칵

내 인생의 40대를 기록해보며

by 세이지SEIJI

내가 사는 곳은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단독주택이 모여있는 마을이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지만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공원과 가로수길이 많은 그런 곳이다.

우리집은 마을 가장자리, 큰 도로와 마을의 경계선에 놓여 있어서 정면은 공원을 마주하고 있지만 집 뒷면은 큰 차도 옆 인도가 나 있다. 500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그 인도 양옆으로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중간중간 가로등이 서 있다.


요즘 나는 해가 완전히 떨어진 8시 이후 집을 나서서 마을 둘레를 한 바퀴 걷는 밤산책을 매일 하고 있다. 출발지는 집 근처 인도다. 인도를 따라 걷다 보면 우리집도 곧 나타난다. 부엌 창문으로 집안에 켜둔 주황색 불빛이 새어나온다.


예전부터 나는 밤중에 켜진 가로등을 보면 알 수 없는 아련하고 그리운 감정이 생겼다. 그런 감정 속에서 집 뒷쪽을 걸어가며 2층 우리집 창문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ChatGPT Image 2025년 9월 21일 오후 05_55_14.png

문득 80살이 된 내가 시간여행을 해서 지금 저 집에서 살고 있는 40대의 나와, 지금은 살아있어 나와 함께하고 있는 아홉 마리 고양이들을 보며 얼마나 그리워할지 상상하니 참을 수 없이 슬퍼졌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갑작스런 사고가 없는 한 나도 언젠가는 기필코 할머니가 될 터이다. 그때가 되어 지금을 돌이켜보면 어떤 기분일까? 문득문득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울까, 지금의 이 순간들이. 40대였던 내 모습, 그때 함께했던 이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엄청나게 그리워하겠지. 그런 생각들이 스치니 나도 모르게 엉엉 울고 있었다.


요즘은 'OOO 알면 늙은이'라는 둥, 40대만 되어도 엄청 나이 많은 사람 취급하는 영상이나 글들이 많다. 하지만 70, 80대가 된 미래의 나에게 감정을 이입해보면 지금 이 순간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그때가 되면 40대였던 지금이 얼마나 젊고 가능성이 많았던 시절이었는지 절실히 느껴질 텐데, 그 한복판에 있는 우리는 막상 못 느끼고 나이 많다고 한탄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미래의 나에게서 온 편지라도 받은 듯, 그날 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여름의 끝자락, 밤 산책하다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흘린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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