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도 꼰대가 될 수 있다!
수천 년 전에도 '요즘 젊은 것들'이라는 말은 존재했었다. 그만큼 나와 다른 세대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세대 차에서 오는 다름은 어쩔 수 없는 필연이라고 해도, 요즘은 SNS의 콘텐츠와 그 댓글들에서 자기와 다른 세대를 혐오하는 '세대 갈라치기' 현상이 유독 심한 것 같다.
이번에 카카오톡의 인터페이스가 인스타그램처럼 바뀌면서 이용자의 원성이 자자한데, '쉰내 나는 인스타그램'이 되어버렸다는 둥 다시금 10대, 20대의 취향은 핫하고 멋진 것이고, 그 이상 세대가 향유하는 모든 것은 다 낡고 멋지지 않은 그 어떤 것으로 치부되어버린다.
한 사람의 생애 중 사실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은 보통 20년이 최대인 경우가 많다. 한 왕권의 치세도 보통 20년이면 다하고, 멋진 외모와 인기로 누리는 연예인들의 전성기도 길면 20년이고, 짧으면 고작 몇 년이다. 우리의 수명은 80년도 넘을 수 있지만 한 시대의 주역으로 인정받고 활발히 활동하는 시간을 평균내어 보면 대부분 길어야 20년이다. 늘 그 시대에 주류로서 인기를 누리는 것을 가장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세대가 보통은 청년세대다. 한 사람의 전성기는 20년이라도 가지만 주류 문화라는 유행은 그보다도 더 수명이 짧다. 언제나 그 당시의 젊은 세대가 즐겨 쓰던 유행어나 문화의 취향은 금세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마치 청춘이 찰나의 순간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 40대가 한창 신세대로 주목받던 90년대를 들여다보면 그 시대에 10대나 20대 초까지 보낸 세대들은 할리우드 영화, 미국 팝송, 홍콩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 J-POP을 접하고 열광하며 보냈다. 90년대는 미국, 일본 전성기의 정점이었고, 그 시절 10대가 누릴 수 있는 문화 콘텐츠는 다 거기서 나왔다. 그 시대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사랑과 영혼, 천녀유혼, 황비홍 이런 영화를 안 보거나 모르는 사람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고,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하는 청소년을 보며 어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 시절 10대가 열광하던 그 콘텐츠들은 모두 그 앞선 세대 즉, 1950년대생부터 70년대생까지 그 앞선 세대들이 만든 것들이었다. 그걸 소비하는 세대가 그 시절 10대였던 80년대생이었던 것이고. 즉, 최신 유행, 최신 주류 문화라고 하는 것들은 사실 구식이라고 치부하던 앞 세대가 만들고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이라는 것을 그걸 막상 소비하고 향유하는 어린 세대는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네 지금의 취향을 만든 자가 바로 네가 그토록 싫어하는 앞세대의 사람이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만약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카페와 식당이 있고, 젊은이들이 그런 곳에 열광한다면 사실 그 가게의 주인은 그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업가나 자본가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10대와 20대가 열광하는 음악, 영화, 패션 그런 게 있다면 그걸 기획하고 세상에 유행시키는 대부분은 그들이 쉰내 난다고 조롱하는 30, 40대일 가능성이 높다.
앞 세대에 빚지지 않은 현 세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그렇다. 그저 10대, 20대를 보냈던 시절의 시대상이 달랐고, 환경이 달랐던 것뿐이다. 그래서 취향도 행동도, 생각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뿐인데 왜 그토록 혐오하고 미워하기만 할까?
우리는 자기만 잘 알고, 자기만 맞다고 구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나 때는 더 힘든 것도 견디고 살았는데 뭐 이렇게 징징거리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남에게 말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흔히 부르는데, 자기 세대에 갇혀서 각 세대의 연결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독단에 빠진 것이 꼰대라면 무조건 나보다 앞세대는 구리고, 이기적이고, 문제투성이라고 인식하는 10대도 꼰대가 얼마든지 될 수 있다고 본다.
굳이 세대에 이름을 붙여가며 다름을 강조하기보다 나와 다른 나이대의 사람을 만나면 무엇이 그런 태도와 취향과 사고방식을 만들게 했는지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