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끝났고, 문장은 유통 중이다”
※ 이 글은 허구를 바탕으로 구성된 픽션 에세이입니다.
누군가 내 눈물을 병에 담아 팔기 시작했다.
시작은 사소했다.
나는 고백했다가 차인 날, 삼겹살집에서 젓가락으로 냅킨에 휘갈겼다.
"나는 너를 몰랐기에 진정으로 사랑했고, 이제 알아버렸기에 진심으로 떠난다."
지금 보면 유치하고 뻔한 문장이다. 하지만 그날은 진심이었다.
다음 날, 냅킨은 쓰레기통으로, 나는 술병 속으로 들어갔다. 그게 끝이었다.
...인 줄 알았다.
3년 후, 그 문장이 베스트셀러 시집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닮은 꼴 문장이었다.
내가 쓴 건 생선회처럼 날것이었는데, 그가 쓴 건 프렌치 레스토랑 코스요리처럼 세련되고 비쌌다.
표지에는 "감정을 정제하는 시인"이라는 문구가 궁서체로, 그것도 금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마치 감정보다 격식을 중시하는 시대의 장식처럼 보였다.
게다가 내부 표지에는 '모든 실연당한 영혼들에게 바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내 영혼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지 않았다. 대신 변호사를 통해 소환장을 보냈다.
소송이 시작됐다. 긴 법적 분쟁의 서막이었다.
내 감정이 그의 책 속에서 춤을 추는 동안, 나는 법정에서 그 춤의 안무가가 누구인지 증명하려 했다.
변호사는 말했다. "표현이 유사하지만,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나는 말했다. "그건 제 감정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흘린 눈물이거든요."
변호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감정에 대한 소유권 증명이 필요합니다만, 가능할까요?"
재판 당일, 판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서류를 넘기며 물었다. "실연 감정은 정확히 언제 발생했습니까?"
나는 답했다. "삼겹살 3인분과 소주 두 병반쯤 뒤요."
조용히 기록하던 서기는 웃음을 참다 기침을 했다.
판사는 물었다. "증거물로 냅킨은 보존하셨나요?"
"아니요, 그날 버렸습니다."
"그럼 목격자는요?"
"술에 취해 혼자 썼습니다."
판사는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증거가 전혀 없군요."
판사는 판결했다.
"감정은 보호 대상이 아니며, 해당 표현은 통상적 실연 반응으로 간주됩니다."
결국 결론은 이랬다
: 감정은 공공재, 정돈된 표현은 사유재.
내가 지불한 건 삼겹살과 소주값, 그가 받은 건 인세와 문학상이었다.
패소 후 받은 청구서에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법적 대응 비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 감정을 도용한 자에게 변호사 비용까지 지불해야 했다.
마치 지갑을 잃어버린 후 분실물 보관료를 내는 기분이었다.
그날 밤, 나는 혼잣말했다.
"감정은 내 거라더니, 법은 아니래. 웃긴 세상이지."
TV에 나온 그 작가는 말했다. "이 문장은 제가 실연 후 느낀 내면의 진실을 담은 표현입니다."
나는 화면을 째려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쓴 문장은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네가 쓴 건 금박으로 장식됐지."
법원 판결 한 달 후, 그의 시집은 유명 감독의 눈에 들어 영화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내 잃어버린 감정이 배우의 얼굴을 통해 천만 관객 앞에서 재연될 예정이었다. 삼겹살 기름에 자르르 번진 내 눈물이 영화관 스크린에서 아름다운 조명 아래 빛나게 될 것이다.
내가 술에 젖어 쓴 한 줄이, 누군가의 입에서 깊은 울림을 가진 대사가 되어 명대사 순위에 오를지도 모른다.
참 묘하다. 내가 삼겹살집에서 흘린 눈물이 영화관에서 팝콘과 함께 소비된다니.
정신과에 갔다. 의사는 물었다. "언제부터 힘드셨죠?"
나는 대답했다. "제 감정을 누군가 책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을 때요."
의사는 끄덕이며 처방전을 썼다. "요즘 비슷한 환자가 늘고 있어요."
처방약을 받으며 생각했다. '내 우울감도 약국에서 팔리는군.'
약통 라벨에는 건조하게 '정서 안정제'라고만 적혀 있었지만, 마치 '실연 3일 차 블렌드 – 초경량 불안형'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요즘은 감정도 상품이 됐다. '이별 후의 고독', '퇴사 직전의 해방감', '실패 후의 자책' 등 감정이 분류되어 책이나 영화, 노래가 된다.
나는 여전히 감정을 조심스럽게 다룬다. 내 감정은 남의 상품이 되기보다, 내 속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니까.
내 문장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했다. 대신 가슴속 흉터로 남았다.
요즘은 말을 아낀다. 누가 또 출간할까 봐. 누가 또 상을 받을까 봐.
나는 여전히 그날의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데, 그는 그 감정으로 이름을 얻었다.
낯선 서점에 들르면 가장 먼저 그의 책을 찾게 된다.코너에 숨어 책을 훔쳐보듯 페이지를 넘기며, 내 감정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확인한다.
마치 도둑이 자신이 훔친 물건이 어떻게 변형되어 팔리는지 보러 가듯이.'아니, 내가 도둑이 아닌데. 왜 내가 몰래 들어가 숨어서 읽어야 하지?'
감정이 상품이 되는 세상에서,나는 내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간직한다.
누군가 보석상이 되어 내 원석을 캐가기 전에, 나 스스로 그것을 갈고 닦기로 했다.
다음번에 내 감정이 도용당한다면, 적어도 완성품으로 도용당하고 싶었다.
요즘 감정을 느끼면 불안하다. 이 감정이 누군가의 작품에 이미 담겼을까?
그날, 나는 문장을 썼다.
그 문장은 날 떠났고, 세상은 그 문장을 안았다.
나는 아직도 거기 멈춰 있다. 실연의 순간에 얼어붙은 채로.
내 시간은 그날 멈췄지만, 문장은 계속 흘러갔다.
기억은 끝났는데, 문장은 아직 유통 중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문장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맞다. 그 문장은 나보다 오래 살았다.
그리고 더 값비싸게 팔렸다.
본 작품은 전 과정 수작업으로 직접 집필되었으며,
창작자의 고유한 감정 경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어떠한 자동 생성 도구나 인공지능 기반의 창작 도구도 사용되지 않았음을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