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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INA Dec 06. 2021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한가?

The Loop Race : Philadelphia

레이스가 있는 날의 아침은 분주하다. 아침 10시에 시작되는 레이스라고 여유를 부릴  없다. 같이 달릴 친구를 픽업해서 레이스가 시작하는 필라델피아 아트 뮤지엄 앞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레이스 전날 입을 , 양말, 레이스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놓고 잤지만, 허둥지둥하다 집을 나섰다. 필라델피아로 향하는 I-76 하이웨이를 타고 가면서 잔뜩 신이 나서 떠든다. 2019 같이 레이스를 달리고, 작년 코로나 이후 다시 모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켈리 드라이브를 따라 들어간다. 켈리 드라이브는 올림픽 조정 선수였던 John B. Kelly 이름을 따서 지은 길이고,  길은 조정경기가 열리는 Schuylkill River 따라 생긴 트레일 이다. 강을 따라서,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있다. 매년 조정 경기가 열리고 있고, 근교 명문 대학교의 보트 하우스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늘은 맑았고, 공기는 청량한 아침이다. 12 첫째 주이지만 영상에 날씨에 달리는 사람들은 신이 났다.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준비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우리발걸음을 옮긴다. 작년에는 비대면으로 혼자 와서 달렸던 , 혼자 달렸을 때도 좋았지만 같이 달릴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빠르다. 내가 좋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다. 다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나와 있겠지? 모두 무사 완주 하길…


레이스가 시작되었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필라델피아 뮤지엄 앞쪽에서 시작레이스는, 록키 동상을 지나고, 강을 건너 맞은편에 보트하우스들을 보며 사람들을 빠져나와  페이스를 찾아서 달리기 시작한다.  스쿠길 강을 따라 달릴 때면 생각하게 된다. 같은  이지만 오늘 새로운 나이듯이, 한결 같이 흐르고 있지만 오늘 새로운 강이다. 사람들 마음의 각자의 강이 흐른다.  마음에 흐르는 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어디로 흘러 가고 있는걸까?


가을 단풍이 아름답던 스쿠길 강변을 따라 달린다. 손을 주머니에 넣고 설렁설렁 달리는 사람,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는 사람, 친구랑 얘기를 하면서 달리는 사람, 같이 모여서 달리던 사람들의 두께가 점점 줄어든다. 적당한 거리가 생기고 각자 페이스를 찾아간다. 추울 때 달릴 때 첫 1마일이 고생스럽지만, 페이스와 리듬을 잘 잡아줄 수 있는 구간이라 리듬을 찾을 때까지 천천히 달린다.


가을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던 필라델피아의 스쿠길 강변너무 이뻐서 서서 낙엽이 떨어지는 사진을 찍고 싶지만 그냥 눈에 담고 달린다. 로컬 레이스 여서 얼마나 달렸는지 알려주는 거리 표시도 없어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냅다 달렸다.

 

11 7 뉴욕 마라톤을 달리고  레이스였다.   전에 뉴욕 레이스를 달렸다니 믿을수 없이 빠르게 지나가 버린 11월 이다. 12월이 시작되었고, 앞자리 숫자가 바뀐 생일을 보내고 달리는  레이스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각자의 페이스로 달려가다 보니, Falls Bridge 건너간다. 이제 레이스의 후반부가 시작되는가 싶을  업치락 뒤치락 비슷한 페이스를 가지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까  앞에서 주머니에  넣고 반바지 입고 설렁설렁 달리던 남자, 나이가 있으신 할아버지 한분과 페이스를 맞히면 달리고 있는 젊은 러너들이 앞뒤로 보인다. 할아버지 정말 대단하시다. 약속하지 않았지만 페이스를 맞혀서 달리기 시작한다. 아직도 얼마나 달렸는지,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냥 달리고 있다. 아무 걱정 없이 달릴  있는 지금을 만끽하며 얼마나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거리가 남아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달리고 있는 지금을 즐긴다. 진공 상태가 되어버린 듯한 머릿속, 몸과 머리가 가벼워지는  같다.


결승점까지 300 미터 정도 남은 상황, 나랑 페이스를 맞춰 달리던 사람들이 나를 지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를 패스해서 가시던 할아버지와 페이스 메이커들. 마지막 200 미터, 나도 달릴 수 있는 만큼 달려본다. 결승점 옆으로 시계가 보인다, 1:09: 그리고 초단위로 움직인다. 1시간 9분 안에 달려들어가 보자 하고 마지막 속도를 높여 끝까지 달려서 들어온다. 레이스 란게 그렇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8.4 마일 (13.42 Km) 1시간 9분 11초 (8'15"), 3년 동안 세 번의 레이스 중에 제일 빠르게 달렸다.

결승점을 통과하고, 메달을 받고, 물을 마시고, 아까 내 앞을 달려가시던 할아버지가 내 앞에 지나가신다.

'페이스 따라 가느라 힘들었어요.' 웃으면서 할아버지에게 말을 건넨다.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너 잘 뛰었니?  난 이 젊은 친구들이 페이스 해줘서 잘 달렸어.

나는 이 코스를 아주 많이 달려봤어.' 알고 보니, 1974년 이 레이스에 챔피언 이셨다. 같은 코스를 48분 15초 5분 44초 페이스로 달리셨다. 후덜덜 범접할수 없는 섭 6마일과 섭 9마일의 차이이다.

1974년, 오늘 같이 페이스 메이커를 해준 러너들이 태어나기, 내가 태어나기보다 한참 전부터 달리기를 하셨다. 할아버지와 수다 속에서 12월 3일 생일 이셨다는 그래서 올해만 74세 바이런 먼디 할아버지는 오늘 나이 그룹에서 1등을 하셨다. 코로나 백신을 맞은 이유도 보스턴 마라톤을 달리려고  맞으셨다고 한다.


달리면서 만나는 멋진 사람들, 각자의 이유와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달리는 길 위에서 만나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겸손해진다.


The Loop Race.  8.4 miles

2021년 12월 5일  1:09:11 8'15"   

2020년 11월 27일 1:14:39 8'53"  (비대면 레이스)

2019년 12월 8일  1:12:17 8'37"  (첫 레이스)


필라델피아에서 세 번째 루프 레이스를 달렸다.

올해로  번째 달리는 필라델피아 루프 레이스 , 40이된  레이스,  어느  보다 빠르게, 흔들림 없이,  페이스를 지켜 나가며 달렸다. 너무 신나고, 행복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의 하루, 우리의 인생 너무 단면적으로  필요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레이스를 달리면서 쉽게  달리고 있는지,  달리고 있는지, 감히 아무도 판단할  없다. 출발점을 늦게 통과한다고 해서, 출발이 늦어진  아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타임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나보다 먼저 출발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아니라, 나는 내가 출반  시간부터 레이스가 사직되는 것이다.


달리기, 나이 모두 숫자에 불과한 거인지도 모르겠다. 속도보다는 페이스 와 리듬, 나의 페이스를 찾아 가는 일,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 가며 달리는 일, 내가 맞혀줄 수 있는 사람, 나를 맞혀주는 사람, 페이스 조절이 가능한 사람들과 같이 하는 기쁨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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