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가진 신년 모임에서 티(TEA)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티뿐만이 아니라 위스키와의 블랜딩을 경험하는 내용이었는데, 건강이란 기준을 놓고 보면 서로 극과 극에 있을 것만 같은, 차와 알코올의 조합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실 내 관심은 티보다는 위스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량이 센 편이 아니라 위스키는 ‘어나더레벨‘ 의 생소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자주 마셔온 차에 대해서는 익숙한 편이라 더 알 것이 있을까 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고 나니 이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차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중 가장 놀랐던 건,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차들이 같은 차 잎으로 만들어지는데, 만드는 방법, 즉 차 잎을 건조하는 방식에 따라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이렇게 차의 종류가 달리 불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자주 마시는 유자차, 옥수수수염차 등은 차 잎이 아니기에 대용차로 불리며 실제 차는 아니라는 점도 놀라웠다. (차에 대한 설명은 다른 글에도 많이 나와 있어 이만 생략하겠다. )
맛이 옅은 순으로 청차, 황차, 백차, 녹차, 홍차, 흑차 순서대로 음미했던 것 같다. 모든 차를 2번씩 음미한 후에 클래스를 진행해 주신 선생님이 어떤 차가 제일 선호하는지 물어봤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백차라고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유를 묻기도 전에 '백차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라고 이야기했다. 차를 마시며 온통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지인들은 무슨 소리인가 하고, 다들 눈을 휘둥그레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 설명 없이 그대로 말했구나. 아차 싶었다.
백차는 찻잎으로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여, 차 본연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차라고 한다. 또 차 잎에 솜털이 뒤덮여 있어 차로 우려냈을 때 솜털이 숭숭 떠 있었다. (그게 참 귀엽게 느껴졌다. 솜털이라니... 아가아가 하다. ) 말간 그 차는 투명하고 한없이 맑은 느낌이 들었는데, 맛을 보는 순간 기분이 참 좋았다.
입에 머금은 순간. 들었던 느낌이,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맑은데 또 마냥 그 맛이 밍밍 하지 않고 깊이가 있었다. 결정적으로 백차는 처음과 끝이 같은 맛이었다. 녹차는 끝맛이 떫었고, 홍차는 내내 떫고. 그랬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또 녹차, 홍차, 보이차로 불리는 흑차까지도 자주 접해왔지만, 백차는 시중에서 맛보기 어려워 처음 접해보았기에 더 소중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단순하여 투명하고, 맑은데 귀한 백차 같은 사람.
언젠가는 나도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