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것
사진을 찍으려 걷다 보면 마땅히 찍을 것이 없어 실망하며 돌아서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아쉬운 일이겠지만, 아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한숨을 쉬며 돌아가는 길에서 항상 멋진 사진이 나온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가는 길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고, 이쪽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저쪽의 구도를 새롭게 만나게 된다.
위의 사진도 그런 사진이다. 여름 날, 멋진 사진을 찍겠다는 다짐으로 나선 대청댐 산책로. 산책로의 끝에 도달하고 나서야 오늘 사진은 다 찍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길을 돌렸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등지고 걸었던 댐이 돌아오는 길에는 정면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시간이 늦어 차츰 저무는 노을도 한 몫 했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 그날 최고의 사진이 되어버렸다.
연인의 똑같은 레퍼토리에 싫증이 나버린 사람들은 이 '사진의 법칙'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진이 안나온다고 고민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뒤로 돌아가보는 것. 놓쳤던 것들, 아쉬웠던 것들을 다시 되새겨보는거다. 가는 길에 이상해보였던 피사체도 되돌아 가는 길엔 명작이 될 수 있으니까. 혹시 몰라, 예뻤던게 더 예쁠지. 그렇게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들을 만나고, 그 사람을 바라보자. 바람피는 것 같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들을 만난 만큼 그 사람도 새로워질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