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는 해인가?

by 김유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시간이 지나 2학년이 되면서 문과와 이과, 두 갈래의 길에서 우리는 선택해야만 했고, 이 선택은 앞으로의 우리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을 수도 있을 중대한 선택이었다. 그 갈림길에서 나는 문과를 선택했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문과로서 많은 일들을 겪어왔다.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때 당시에는 그저 이과 과목이 싫다는 막연한 감정과 내가 하고 싶은 일과의 관련성 뿐이었다. 문과에 맞춘 공부, 문과에 맞춘 입학설명회, 문과 아이들과의 수업. 이런 많은 것들이 반복될 수록 우리에게 들리는 말은 “요즘엔 이과를 가야돼.” “이과가 대새잖아.” “문과 나와봤자 취업도 안되는데..” 이런 말들 뿐이었고, 이런 말을 들은 대부분의 우리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웃음을 짓고 말아버렸다. 과연 문과는 지는 해인가?


요즘은 불경기라고 말한다. 사실상 우리 세대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경기가 좋다는 둥, 경제가 살아난다는 둥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제일 힘들었던 IMF시기에 태어나서, 청년 실업과 불경기에 치여 사는, 그런 힘든 요즘 세상에 문과라는 사람들도 참 불쌍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눈물을 글썽이기 전에 앞을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는 말이다. 경제에서 배울 수 있듯이 경기에 하락국면이 있으면, 반드시 상승국면도 있는 법이다. 우리가 다시 회복기로 돌아설 날도 분명히 온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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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새해에 대청댐에서 첫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새벽 일찍 나가 날이 밝아질데로 밝아졌지만 해는 뜨지 않았다. 한침을 추위 속에 떨다가 겨우 빼꼼 얼굴을 드러낸 햇살에 꽁꽁 얼었던 손발이 녹는건 일도 아니었다. 그 햇빛 하나를 맞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감수해야 했지만, 해돋이를 맞이하며 새로운 해의 새로운 결심을 해나갔던 것 같다. 기다림은 가치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 뒤에 얻을 햇살이 바로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이다.


최근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국을 보자. 앞으로의 미래는 컴퓨터가, 기계가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것. 이것은 이과가 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으로 인해 이과가 잃는 것이다. 의사나 건축가 등 많은 직업들이 기계와 AI로 대체될 것이고, 이에 필요한 인력은 오히려 문과일 것이다. AI의 인간성에 대한 연구, 그것들을 실제 사회에 적용시키고 보급할 수 있는 것은 문과일 것이다. 떨어졌던 공이 다시 튀어 오르듯이 문과는 다시 도약할 것이다. 나는 믿는다. 다시 한 번 문과의 시대가 온다는 것을. 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