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봉춘 Mar 16. 2021

엄지손가락 통증과 손목 시큰거림, 손목건초염 요주의

“선생님, 제가 워낙 건조한 피부이긴 한데… 손목도 건조하면 염증이 생기나 보죠?”


환자와 있었던 일화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다. 


50대 후반의 여성 환자였는데 ‘피부 건조증으로 인한 피부염’으로 피부과 진료를 받은 뒤, 연이어 손목 통증 때문에 마취통증의학과의원을 찾아온 분이었습니다. 

 




피부과에서 ‘건조하다’, ‘염증이 생겼다’ 등의 피부질환 설명을 듣고 나서, 곧바로 저에게 진료받고는 ‘손목건초염’을 진단받았는데, 앞서 들렀던 피부질환이 뇌리에 맴돌아서일까요? 진단명을 듣자마자 ‘손목도 건조하면 염증이 생기는지?’라며 저에게 되물으시더군요. 


순간 질문에 저도 당황스러웠지만, 환자분도 자신이 내뱉은 말을 몇 초간 되뇌어보더니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참, 여기는 피부과가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였죠? 건초염을 건조염이라고 잘못 들어서…”라며 멋쩍게 웃으셨습니다. 





손목건초염=손모협착성 건막염=드퀘르벵 증후군 


환자와의 일화로 화두를 열었는데, 오늘의 주제는 엄지손가락통증과 손목이 시큰거리는 증상 등을 유발하는 손목건초염에 대한 아야기입니다. 


질환명이 좀 길지만 ‘손목협착성 건막염’이라고도 하고 이 병을 처음 밝혀낸 스위스 외과의사 드퀘르벵(De Quervain)의 이름을 따서 ‘드퀘르벵 증후군’ 혹은 ‘드퀘르벵병(de Quervain diseas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앞서 환자가 건초염을 건조염으로 잘못 들었다는 일화를 말씀드렸는데요. 혼동을 피하고자 용어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힘줄=건(腱)’, ‘힘줄막=건막 or 건초’이기 때문에 사실상 건초염=건막염=힘줄막염은 모두 다 같은 뜻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손목건초염은 왜 생길까요? 


손목 힘줄 사용을 많이 한다면? 손목건초염 원인

 

건초란 '힘줄을 감싸고 있는 막'을 뜻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손목에 있는 힘줄이 손상돼 두꺼워지면 완충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힘줄막과 부딪치며 마찰을 일으켜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엄지손가락과 손목을 연결하는 힘줄 부위에 강한 힘이 가해지거나 혹은 반복적으로 힘이 가해지면, 힘줄이 늘어나거나 파열되면서 염증을 유발합니다. 





육아 중인 아빠, 엄마 중에 손목건초염을 앓는 분이 많은데, 아기가 태어나면 조심조심 아이 안기를 반복하고, 목욕시킬 때, 기저귀 갈 때 등 엄지손가락을 중심으로 손가락과 손목에 잦은 힘이 가해지기 때문입니다.


기저귀 갈 때의 동작을 떠올려 볼까요? 


아기가 응가를 했을 때 한 손으로는 아기의 발을 살짝 움켜잡고 엉덩이를 들어 올려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 준 다음, 피부가 축축하지 않도록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주고, 그제야 새 기저귀를 펼쳐서 아기의 발을 살포시 내려놓고 새 기저귀를 채웁니다. 


 



그저 기저귀를 가는 동작일 뿐이지만, 이 과정에서 손가락과 손목 힘줄은 계속해서 힘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육아와 집안일을 많이 하는 분 외에도

컴퓨터 키보드 작업을 주로 하는 웹 디자이너나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IT 직종,
그리고 미용사, 요리사 등 손목 사용이 잦은 직종에서도

손목건초염 환자가 유독 많습니다. 





이런 증상 있다면 요주의! 손목건초염 증상 


손목건초염은 주로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 통증을 유발하거나 손목 통증을 유발하는데, 다음과 같은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엄지손가락을 들어올 때 통증이 있다면?

엄지손가락을 옆으로 벌리기 힘들다면?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거나 움직일 때 불편하다면?

손목이 자주 시큰거린다면?

손목을 움직일 때 뻐근하다면?

손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라면?

종종 손목이 저려온다면?

손목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압통)이 있다면? 

손목 주변으로 부종이 있다면? 

물건을 움켜쥐기 힘들고 잘 놓친다면? 





만일 이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힘줄막에 염증이 생겼을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손목건초염 초기 증상이라면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면 어느 정도 통증이 완화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초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에 점점 더 병을 키우게 됩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람이 손목건초염과 손목터널증후군의 증상을 혼동하곤 하는데요. 


참고로 손목터널증후군엄지손가락과 2~4번째 손가락의 일부가 저리거나 손바닥과 손가락이 찌릿찌릿한 증상이 있는데, 환자가 이 두 질환의 통증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저 ‘손목이나 손가락이 아프다’ 정도로 느끼기 때문이지요. 





가장 좋은 방법은 손가락이나 손목 통증이 있을 때 신속히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토대로 적절히 치료받는 것입니다. 


통증 없는 세상을 꿈꾸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서,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을 재차 드리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작가의 이전글 과도한 땀, 다한증보톡스 치료 효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