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어느새 꽃 피는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아직은 얄궂게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점점 더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람들도 한결 가벼운 옷차림으로 활동을 하겠지요.
작년 봄에 저를 찾아왔던 한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당시 그 환자는 겨드랑이 다한증이 심해 티셔츠 하나만 입는 것을 꺼리고 항상 겹겹이 옷을 껴입고 다녔습니다.
그나마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으니 겨드랑이 다한증을 나름대로 ‘숨기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죠.
봄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얇은 티셔츠 하나만 입고 다니는데, 자신은 ‘계절 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외투를 껴입고 다녀, 오히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더욱더 외출을 꺼리게 되었다며 저를 찾아온 환자였습니다.
다한증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 중에 상당수는 ‘땀이 난다고 병원까지?’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치료를 꺼렸다고 합니다. 특히 남성 환자 중에는 ‘남자가 땀 좀 많이 날 수 있지’라며 오랜 기간 증상을 방치하다가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겨서 뒤늦게 저를 찾아온 환자도 꽤 됩니다.
땀은 체온을 조절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땀이 나고 서서히 증발하면 피부 표면의 온도를 낮춰주는데, 무더운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는 이유도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입니다.
심지어 추운 날씨에도 땀으로 흠뻑 젖고, 조금만 긴장해도 비 오듯 땀을 흘린다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분명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고객과 악수를 할 때 손에 땀이 흥건하다면, 혹은 입사 면접을 볼 때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면 정말 힘든 상황이겠지요.
이렇듯 다한증은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제약이 따를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치료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다한증 치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다한증보톡스 치료를 들 수 있습니다.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에게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고 그만큼 치료 효과도 높습니다.
다한증보톡스 환자들 사이에서 다한증보톡스 치료는 ‘땀 주사’로 불리기도 하는데, 겨드랑이 외에도 얼굴(안면 다한증), 손/발 다한증에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톡스는 '피부 미용을 위한 시술', 혹은 ‘주름 펴는 주사’로 많이 알고 있지만 다한증 치료에도 널리 사용됩니다. 보톡스는 보톡리눔균 신경독소(A-G) 중에서 A형을 정제한 것으로 이 독을 이용해 신경 기능을 마비시켜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얼굴 주름 치료를 위해 보톡스를 시술한다면 안면 근육을 마비시키는 원리로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다한증 치료에서는 땀샘과 관련 있는 교감신경을 마비시키는 원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보톡스 주사 치료는 진피층 내부의 땀샘 조임근을 마비시켜 땀 분비를 억제하는데, 과도하게 땀이 나는 부위의 신경을 차단해 더 이상 땀이 많이 나지 않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다한증보톡스 시술 방법을 간략히 설명하면, 시술 부위에 마취크림을 바른 뒤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적정 용량의 보톡스를 균일하게 주사합니다.
처음에는 주사 부위가 살짝 볼록볼록 부풀어 오르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금세 가라앉고, 일반적으로 시술 후 빠르면 3~7일 전후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주사 시술로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다한증보톡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 시술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보통 5~10분 정도 소요)
둘 주사 시술로 치료가 간편합니다.(환자들의 심리적 부담 최소화)
셋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납니다.(시술 후 3~7일 전후)
넷 경제적인 치료 방법입니다.(과거에는 보톡스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보편화돼 널리 상용되고 있어 치료비 부담이 현저히 낮아짐)
이처럼 보톡스 치료는 장점이 많고 한 번 시술 후 6~9개월 정도 유지됩니다.
치료 효과는 매우 뛰어나지만 유지 기간이 한시적이기 때문에 보통 6~9개월 주기로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겠지만, 간단한 주사 치료이고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많은 환자가 선호하는 치료 방법입니다.
저는 마취통증의학과의원을 개원해 26년간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고, 다한증 수술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한증 비수술 치료인 ‘클립 교감 신경차단술’과 ‘고주파 열응고술’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다한증 수술법의 단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비수술 치료 방법이지요. 이처럼 다한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다한증보톡스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땀이 집중적으로 나는 부위, 땀이 나는 정도, 혹은 다한증에 액취증을 동반하는지 등)를 면밀히 살펴서 가장 최선의 치료 방법을 모색한다면, 더 이상 다한증으로 고민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부디 다한증을 방치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으시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