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손가락은 쉴 새 없이 제 할 일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안하고 식사 시간에도 숟가락, 젓가락질에 쉴 틈이 없습니다. 머리를 매만지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문서 작성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렇듯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들의 반나절 일상만 나열해도 우리의 손가락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만큼 손가락 관절은 일상생활과 직결되어 있어 수부 질환이 발생하면 난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이 손가락 부위에 발생하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최봉춘 원장님, 얼마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이 뻣뻣하고 아픕니다. 그러다가 옷을 입고 양치하고 손가락을 움직이면 또 금세 증상이 사라지는데, 혹시 손에 문제가 생긴 걸까요?”
저를 찾아 오셨던 한 환자를 예로 들면 비교적 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류마티스관절염 초기 증상을 보였는데, 이분처럼 류마티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일상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류마티스관절염(혈청검사 양성 기준) 환자는 2020년 약 124,000명이었습니다. 2016년에는 약 104,000명이었으니 불과 5년 만에 2만여 명(약 20%)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발병 연령대도 광범위합니다.
60대 이상 노년층 환자가 많은 편이지만, 사회생활이 활발한 30대부터 50대 사이에 ‘호발’ 하며, 16세 이전에 발생(소아 류마티스관절염) 하기도 합니다.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며 전체 환자 중 과반수가 여성 환자입니다. (남녀 비율 1 : 3 정도로 추정)
류마티스관절염은 관절에 면역반응 이상으로 염증을 유발하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면역 체계에 관여하는 림프구가 관절을 감싸고 있는 활막을 비정상적으로 공격하면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아직도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아 ‘만성으로 경과하는 원인불명의 전신성 염증성 질환’이라고도 합니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나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흡연, 세균/바이러스 감염, 여성 호르몬 변화, 면역력 저하 등)이 발병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증상 초기에는 주로 손가락뼈 사이 관절과 손가락 이음 부분에 있는 중수지 관절(손 허리 손가락 관절, MCP) 등에 이상 증상이 감지되고, 점점 병기가 진행돼 작은 관절에서 큰 관절로 증상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 마디마디가 뻣뻣하고 경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가락을 움직이며 일상 동작(세안, 식사 등)을 하면 이러한 증상은 이내 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손가락 관절 특정 부위를 누르면 심하게 아프고 통증 부위 주변으로 종창(국소적으로 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병기가 진행될수록 손가락 관절이 비정상적으로 휘는 등 관절 변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지, 약지에 굴곡이 보이고 휘는 '단추 구멍 변형'과 손가락 마디 끝이 백조가 목을 들고 있는 듯 굴곡이 생기는 '백조 목 변형'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발병이나 진행 속도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초기에는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있지만, 염증 악화가 반복돼 만성화되면 관절 가동 범위가 제한적이고 움직임에 제약이 따릅니다. 말기에 접어들면 관절 변형과 골성 강직(완전 강직)이 나타나며 관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손가락 부위에 통증과 이상이 감지되더라도, 이를 류마티스 증상으로 여기기보다는 단순한 관절통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퇴행성 관절염과 오인하는 사례도 많은데,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의 과도한 사용과 퇴행성 변화로 인해 연골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자가면역질환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두 질환의 초기 증상은 비슷하므로 환자가 구별하기 어려워 류마티스 질환의 경우 병기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30~50대가 주로 호발 하는 연령대이므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 관절 부위에 이상 증상이 있다면 먼저 정확한 진단을 위해 검사(*혈액검사 : 류마티스 인자나 항CCP항체 여부, 염증 수치의 증가 여부 확인 / 소변 검사 / 영상 검사 - X-Ray, 초음파, MRI)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25년간 세연마취통증의학과의원에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환자 중의 3분의 2 정도가 전신 무기력감과 피로감,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미열 등 ‘전구 증상(활막염 증상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먼저 나타나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전구 증상만으로는 환자가 류마티스 질환이라고 자각하기 어려워, 병기가 진행돼 손가락 관절 변형이 생기거나 움직임에 제약이 따른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발병 6개월 이내 치료받는다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므로, 전과 달리 몸에 이상이 감지된다면 먼저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시길 꼭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