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

OTT는 좀 그렇더라고

by 시즈

작년부터 영화관을 제법 자주 갔다.

나는 영화를 보고 뭘 느껴야되는지를 모르겠다는 이유로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사실 영화보고 '재밌었다' 말고 뭘 느끼고 생각해야 되는지 고민한다.


배우의 얼굴이 좋아서 영화를 보거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을 볼 때가 아니면

감독이고 스토리고 연출이고는

나에게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요즘 세상엔 OTT라는 것도 너무나 발달되어 있어서 언제고 좋아하는 영화를 접할 수가 있다.

저렴한 가격에, 간편하게.


그 날도 다르지 않게 OTT로 영화를 보고 있는데

내가 화장실 갈 때 멈추고, 먹을 거 준비한다고 멈추고, 핸드폰 하다가 놓치는 순간들을 자각했다.

OTT 는 내가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고 빠져드는 경험을 방해한다.

적어도 집중력이 아주아주 떨어진 나에게는 그랬다.

이 분산되는 감각이 좀 충격적이었다.

다른 말로는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뭔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느낌?

(실제로 그 기회를 빼앗은 것은 나다. 나의 낮은 집중력이다;)

아무튼 나에게서 그러한 재미를 빼앗지 않기 위해 영화관을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강제로라도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도망갈 수 없는 시간.

그러다보니 나를 묶어두고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힐링이 된다는 것도 발견했다.

영화관이 아니라면 큰 화면, 아니면 빔프로젝터를 셋팅하고 불을 다끄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에야 영화를 보고 싶다.


물론 지금도 나는 예술 영화엔 관심 없고, 좋은 연출이 뭔지 모르겠고, 스토리에 깊이 감동받는 타입도 아니다.

그러나 영화를 자주 보러다니면서 '이거 보고 싶다' 싶은 영화들이 조금씩 생겼다.

추천 받은 영화, 감독의 작품을 깨작대면서 힐링하는 취미를 갖게 된 것이 기쁘다.

올해 본 모든 영화가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책과 영화를 작년보다는 많이 접하면서 생각이 늘었다.

서툴게 기록하고 소화하려고 하지만 스스로도 엉성함을 느낀다.

그러한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휘적 거리며 걷다보면 언젠가 내 취향도, 내 감상도 선명해질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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